요즘도 이 제도를 다른 정부 부처에서 계승해 시행 중인지 자신은 없는데, 그 옛날엔 총무처 장학생이라는 제도가 있었다.
소정의 선발 과정을 거친 대학 재학생한테다가 국가가 장학금 일체를 지불하고 그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졸업과 동시에 국가공무원으로 정식 채용하는 방식이다.
문화재청 공무원 중에도 이런 총무처 장학생 출신이 있어 학예직을 보면 그 대표가 서울시립대 교수로 튄 신희권이랑 얼마전 마침내 국립문화재연구원 산하 지방연구소장 자리를 먹은 최인화가 대표다.
얼마전 퇴직한 김용민 선생도 이 경우 아닌가 기억한다.
희권이는 서울대 고고미술사학과 정부미요, 인화는 부산대 고고학 예비 정부미라, 둘은 졸업과 동시에 요새는 언감생심 꿈도 못꾸는 국가직 공무원 정식 학예연구사가 되어 공직 생활을 시작했다.
이런 친구들이 가는 길은 거개 정해졌으니, 동료들보다 어린 나이에 공직에 발을 디딘 까닭에 승진이 굉장히 빠르다는 점이니, 그렇게 되고 나서 보이는 행태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 그 직종 공무원으로 계속 머물다가 궁극으로 그 장자리까지 해 자시거나
둘째, 아예 적절한 시점에 교수로 튄다는 것인데
희권이는 이미 튀었고, 인화가 어찌할런지는 모르겠다. 혹 모르겠다. 전통대학교 같은 데 자리가 나길 호시탐탐 노리는지도. 나는 개인적으로는 그냥 그 자리 죽 있다가 연구원장 자리는 해 먹었으면 한다.
한데 저 저자 소개 목록을 보면, 어째 교수 자리 나면 튈 듯한 느낌을 많이 준다. 나 이만큼 공부 많이 했소? 라는 시위 같지 않은가?
하긴 뭐 뛰어봤자 벼룩이지, 암것도 없는 허당 같은 교수 자리는 왜 욕심내는지 나는 알다가도 모르겠다.
암튼 국립완주문화재연구소장으로 영전한 최인화가 또 책을 냈다고 디립다 이걸 부쳐왔다.
보니 디지털고고학이라, 뭐 좀 있어 보인다고 Digital Archaeology 라는 제목을 달라 도서출판 주류성에 신세를 진 모양이다.
뭐 같은 말이래도 영어로 쓰면 있어 보이잖아? 그걸 틀림없이 노렸으리라 본다.
참고로 저 친구 영어도 제법 한다.
저 경력 중에 옥스퍼드대학 연구생활을 집어넣었으니, 그 이전 보스턴 생활도 그렇고, 그런 해외 경험이 이번 책을 양산한 절대 원동력이었다.
애초 그는 전공이 조선시대 고고학이 아니었다고 기억한다. 아마 석사학위를 모교 부산대에서 정징원 선생 지도교수 삼아 시작했다고 기억하는데, 고민 끝에 조선시대 고고학으로 바꿨다.
풍납토성을 거쳐 당시 경복궁을 한창 발굴 중이었는데, 그 자신도 그랬고 나 역시 고민하던 그에게 지금 파는 걸로 쓰라고 주문한 기억이 있으며, 실제로도 그리했다.
당시만 해도 조선시대 고고학은 생소였고, 고고학 영역으로는 제대접을 받기는 힘든 시절이었다.
옥스퍼드 시절, 내가 런던을 방문했을 적에 런던으로 불러 그 비싼 한식식당에서 삼겹살로 대접하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으니
"그래 와 보니 어떠냐? 영국 놈들이라고 다를 거 없제? 영국놈들도 고고학 본령은 실측에 있니 마니 하는 그런 타령 일삼제? 늙수그레한 그 놈들한테 뭐 배울끼 있노? 지버치아라."
그의 대답은 잘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내 예상은 적중했다는 희미한 기억만큼은 있다.
막상 받았지만, 언제 본문으로 들어갈지 장담할 수는 없는 처지다.
이렇게 받아놓고 읽었다는 표시도 못 낸 지인 책이 하도 많아, 서둘러 석장짜리 서문만 읽고서 본문 내용과는 하등 관련이 없는 그와의 일화들을 떠올리며 나 할 일 했다는 표시 하나는 해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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