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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문화 이모저모

암모니아수로 난장판이 된 1985년 총선 유세현장

by 세상의 모든 역사 2020. 1.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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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포착] 난장판 국회의원 선거 유세장

송고시간 | 2020-01-04 08:00

1985년 2·12총선 유세장 암모니아수 소동

"초점이 흔들려서 특종상 수상"


사진이 포착한 현대사 명장면, 이번호에는 1985년 총선 유세과정에서 일어난 유명한 사건, 이른바 암모니아수 뿌리기 소동 사건을 골라봤다. 이를 선택한 까닭은 작금 대한민국 사회가 이제는 4.15 제21대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이 이에 휘말려 들어가기 시작한 시점 때문이다. 


물론 지금 선거판 풍경도 사뭇 바뀌어 저때만 해도 대중을 동원한 군중집회가 가장 약발이 잘 먹히는 선거운동 방식이었지만, 요즘이야 그것이 차지하는 막강 위치는 현저히 낮아져 SNS를 이용한 유세가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문제의 저 장면은 전두환 폭압정치가 극성을 구가하던 그때 일어난 일이라, 결과이긴 하지만, 이 선거에서 김영삼-김대중이 연합한 신민당이 돌풍을 일으켰으니, 전두환 민정당 정권에는 일대 위기를 준 사건이다. 


1985년 2월 5일, 서울 동작구 남성국민학교에서 열린 총선 유세 도중 대학생 둘이 연단에서 연설하는 민정당 허청일 후보를 향해 달라들어 암모니아수가 든 플라스틱 통을 던진 장면이다. 이로써 유세장이 난장판이 됐음은 말할 나위가 없다. 이 사건이 더욱 충격파를 준 까닭은 애초 이들 대학생이 암모니아수를 던질 적에 "청산가리다!"고 외쳤기 때문이다. 청산가리야 독극물이고, 암모니아수는 똥냄새가 나니, 아마 극성을 강화하고자 저들은 저리 외쳤을 것이다. 


청산가리 대신 똥냄새를 뒤집어 썼으니, 뭐 그나마 다행이랄까? 


이 사진을 연합통신 시절을 포함해 연합뉴스 40년사를 대표하는 명장면 중 하나로 언제나 빠지지 않는다. 지금도 수송동 연합뉴스 사옥 7층 편집국 대회의장 벽면에는 저 사진이 걸려 있다. 그만큼 이 사진을 연합뉴스는 자랑으로 생각한다. 


앞쪽 중앙에 위치한 사람이 암모니아수를 뿌린 대학생이라 한다.



한데 아쉽게도 저 사진 촬영과정을 직접 증언할 윤명남 기자는 더는 직접 증언이 불가능하다. 이미 고인이 되셨기 때문이다. 2016년 4월 10일, 한 시대를 풍미한 사진기자 윤명남은 영영 이승과 이별했다. 생전에 그리 좋아한 당구는 아마 하늘에서 치고 계시지 않을까 한다. 


그랬다. 고인은 연합뉴스를 정년퇴임하고 나서도 언제나 수송동 연합뉴스 사옥 당구장을 찾았다. 수지는 아마 700점이었던가로 기억하는 연합뉴스 역대 최고 당구실력자였다. 나 역시 당구 애호가인 까닭에 당구장에서는 수없이 선배를 마주했지만, 아쉽게도 같이 게임을 하지는 못했다. 



퇴임 뒤에는 연합뉴스가 DB자료 강화 차원에서 그 옛날 사진자료들을 구축했거니와, 그 과정에 한동안 종사하기도 했다. 


본인은 이제 더는 말할 수는 없으나, 다행히도 저 사진 촬영에 얽힌 이야기를 들은 후배기자가 있어, 그것을 이참에 우리가 다루면서 채록했다. 증언자는 도광환. 지금은 우리공장 DB부장으로 있는 그는 전전임 사진부장이고, 나랑은 입사동기인 놈이다. 각종 사진 관련 행사는 도맡아한 인연도 적지 않고, 덧붙여, 이 친구가 워낙에나 선배들을 잘 모셔서 저런 이야기로 들어놓은 것들이 한바가지다. 다행히 저 사진도 그가 들었고, 더구나 그것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는 까달에 저와 같은 증언 채록이 가능했다는 말을 덧붙여 둔다. 


그 자세한 이야기는 저 중반부 이하를 참조하면 된다. 


암모니아수로 범벅인 연설대



저에서 우리가 주목할 대목은 이 사진이 현대사 명장면으로 남은 이유를 윤명남 스스로는 초점이 맞지 아니한 점을 꼽았다는 사실이다. 나 역시 편집국 회의장에 걸린 사진을 볼 적마다, 왜 저리 사진이 흔들렸을까 의아함을 품기도 했는데, 오늘로 비로소 풀었다. 흔들린 사진보다  현장의 긴박성을 잘 드러내기는 힘들다. 


우리는 흔히 초점이 나갔다 해서, 그런 사진을 딜리드delete해 버린다. 하지만 그 흔들림에서 묘한 추상을 보기도 하는데, 나 역시 언제가부턴 그런 사실을 알아채고는 일부러 흔들어찍기도 하는데, 덧붙이자면, 그렇게 의식한 흔들림 사진은 무의식적인 흔들림이 낳은 사진보다 언제나 좋지는 않더라. 




저 사진 말고도 이 장면을 포착한 윤명남 기자 사진이 제법 더 있는데 이참에 같이 소개하는데, 첨부사진 두번째 이하가 그런 것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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