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연이라 해서 뭔가 특출난 이야기를 꺼내겠는가?
이곳에서 늘상 하던 말을 적절히 버무려 했을 뿐이니, 저런 데서는 강연 원고보다는 찌께다시가 중요한 법이라
미리 준비한 것은 아니지만, 약물 이야기 나온 김에, 그리고 동의보감과 허준을 앞세운 허준박물관이라는 점을 고려해 그 동의보감에도 보이는 월경포月經布 이야기도 하며,
또 그와 관련한 의상스님과 원효 스님 이야기, 그리고 백의관음 이야기를 곁들였으니
그 누구의 강연도 그렇듯이 강연하는 사람이 재미있어야 플로어도 재미있어 한다는 등식이 있으므로,
무엇보다 강연하는 내가 재미 있는 경험이었다고 말해둔다.
그만큼 편했으니, 그 까닭이야 그런대로 내가 이 주제에 자신이 있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 본다.
뭐 말로야 광물학 화학 생물학 중요성을 설파하나, 솔까 그런 말 하는 나부터가 그에 문외한에 가까우니,
그에 관련한 지식이라 해 봐야 학력고사 준비한다고 어거지로 쑤셔박은 고교 시절 그에서 하등 진전이 없으니,
그래도 이 문제가 나는 그만큼 문화사를 하는 데 중요함을 나이 들어가며 더 절감한다.
왜 알아야 하는가? 나는 그걸 설득할 수는 없다.
다만 내가 시종해서 일관해서 강조한 점은 약물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역사가 많이 달라보인다는 말이었으니,
그런 일환으로 저 원효스님이 왜 백의관음이 마시라고 준 달거리물을 더럽다 해서 버렸으며, 그것이 어떤 참사로 연결되었는지를 이야기했고
나아가 신라 적석목곽분시대를 특징짓는 금은옥만 해도 귀금속이라는 관점을 뛰어넘어 그것이 곧 약물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유념하면 더 풍부한 문화사가 보일 것이라는 이야기도 덧붙이기도 했다.
나로서야 얄팍한 지식이지만, 어느 누구도 천착하지 아니한 것들이 나름 중요하다 해서 약을 판 데 지나지 않지만,
결국 문화사는 다른 누구도 아닌 우리 스스로가 넓히는 것이 아니겠는가 싶다.
그 작은 밀알이라 된다면 나로선 여한이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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