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한국학중앙연구원장 취임을 앞두고]
한국학중앙연구원에 새로운 수장이 온다. 당국에서 입을 꽁꽁 봉하는 까닭에 후임이 누구인지 아직 말이 없다.
전임 이배용 원장은 지난 16일자로 임기가 만료됐다. 이 전 원장은 연임을 강력히 희망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결국 짐을 쌌다.
새로 오는 원장은 소문만 무성하다. 그런 가운데서도 한국고대사를 전공한 보수성향 A 교수라는 소문이 파다하다. 누가 되건 부디 한중연을 잘 이끌어주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한중연은 한국정신문화연구원이라는 간판으로 개원한 이래 늘 외풍에 노출되곤 했다. 하기야 정부가 출연한 연구기관이니 그럴 수밖에 없는 숙명이 있는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한중연은 국책 연구기관으로서는 드물게 인문학 전문 연구를 표방한다. 그에 걸맞게 갖은 비난 속에서도 민족문화백과사전이라든가, 구비문학대계 같은 불멸의 업적을 쌓았으며 이는 근자에는 향토문화전자사전 편찬과 같은 사업으로 계승 중이다.
한중연은 조직이 작은 까닭에, 그리고 국책연구를 수행하는 까닭에 정부 성향에 따라, 그리고 무엇보다 원장 성향에 따라 외풍이 너무 크다.
원장이 기침 한 번 하면 연구원 전체가 들썩인다. 이 한중연 원장 자리를 통해 나는 그 자리가 아니었다면, 그냥 훌륭한 사회학자 정도로만 알았을 한상진씨의 실체를 보기도 했다. 내가 책과 글로 만난 한상진과 정권의 주구가 된 한중연 원장 한상진은 너무 달랐다.
한중연 원장은 언제나 정부가 찍어 내려보낸다. 하지만 낙하산이라 해서 반드시 나쁜 것이요, 그렇지 않다 해서 반드시 좋은 인물이 오는 것도 아니다. 예서 좋고 나쁨은 정치 성향을 말하는 것이 아니요, 한중연 운영과 관련해 얼마나 그 조직을 발전케 하고 구성원들에게 신바람을 주느냐다.
근자의 사례를 보면 나는 교육부 장관 출신 윤덕홍 원장과 대통령실장 출신 정정길 원장을 참 좋아한다. 노무현 정권 때 낙하산 타고 내려온 윤덕홍이나, MB 후원막을 친 정정길 원장은 정치색이 짙었지만, 연구원은 아주 잘 운영했다고 나는 본다.
반면 이들 사이에 낀 김정배 원장과 이배용 원장은 한중연 원장이라는 완장을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한 도구로 활용한 측면이 많다. 이들의 패악은 되풀이하기 지겹거니와, 문제는 이런 문제아들을 쓰는 정권 아니겠는가?
부디 이번에는 덜썩여 뿌리가 뽑히기 직전인 한중연을 다독거릴 수 있는 소위 덕장德將류 후임이 왔으면 한다. (2016. 9. 20)
***
이 글은 6년 전 오늘 쓴 글이라 시의성은 없다. 다만, 저에서 말한 논지는 그때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어 전재한다.
덧붙이건대, 저에서 말한 소문만 무성한 후임 원장은 이기동 선생이었다. 보직이라 해 봐야 동국대박물관장이 전부라, 그마저도 잠깐 하다가 이 박물관이 진행한 강화도 선원사지 발굴이던가? 하는 데가 문제가 되어 물러나고 말았으니, 정치성향은 강경 보수로 통하나 인품 하나 훌륭하기 짝이 없던 동국대 고대사 전공 그 양반이 후임 원장으로 낙점됐다.
재임 시절 그의 행적은 평이 좋았다고 기억하나, 마침내 촛불 정국에 정치판이 바뀌어 단명하고 물러나고 말았으니, 그리하여 이후 정신문화연구원을 계승한 저 한국학중앙연구원은 또 다시 문재인 정부에서 내려꽂은 인물들의 논공행상 대상이 되고 말았다.
지금 원장과 이사진은 임기가 언제까지인지 기억에는 없지만, 문재인 정부가 내려꽂은 낙하산들이라, 보나마나 윤석열 정부가 내려꽂은 인물들로 판갈이가 될 것이다.
그렇게 모진 목숨 버팅긴 한중연이라, 저것이 없어지지 아니하는 한 줄곧 그렇게 흘러갈 것이다. 누가 되건, 그래도 저 기관을 움직이는 힘은 소리없는 아우성들이다.
하긴 뭐 지가 망쳐봐야 얼마나 망치겠는가? 이리 생각하면 속은 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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