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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S & MISCELLANIES

여행과 책

by 세상의 모든 역사 2024. 9.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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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판형도 여행 휴대는 부담이다. 이보다 적고 더 가벼워야 한다.



누구나 하는 경험이겠지만, 여행기간에 짬 나는 대로 읽겠다고 책 바리바리 싸가져갔다가 낭패 보기 십상이라,

단 한 페이지도 펼쳐보지 못하고 돌아오는 일이 허다하니, 몸과 마음이 따로 놀기 마련이라. 

이런 환상을 심어주는 가장 큰 이유로 나는 서양인들 행태 때문이라 본다.

한국으로 놀러나온 이 친구들 양태 천차만별이기는 하나, 아무데나 퍼질러 앉아 배낭 공구고서는 책을 읽는 장면이 그런 대로 와 여행이란 저런 거구나 하는 맛을 주거니와 

나는 이런 모습들이 그런 삶을 꿈꾸는 사람들한테도 일정한 영향을 준다고 본다. 

나 역시 젊은 시절에는 떠날 때 몇 권 쑤셔박아 갔다가는 짐만 되는 경험 천지였고, 돌아올 때 역시 바리바리 현지서 구입한 책을 싸서 오니, 그 큰 캐리어가 온통 책이었던 나날들이 있었다. 

살아보니 암짝에도 쓸모없는 일이라, 젊은날 치기라 하겠지만, 그것이 싫다 해서 요새는 무슨 책 읽는 뭐라더라? 킨들인지 머시긴지로 대체하는 일이 많아졌으니, 그만큼 여행에 책이 부담이 되는 까닭이라고 본다. 

장기가 되건 단기가 되건, 내 경우 자연스럽게 정착했으니 첫째 책은 절대 가져 가지 않는다. 둘째 책은 절대로 사오지 않는다가 골격이라, 이 두 가지로 정착하고 나니 만사형통하다. 

불가피하게 가져 간다 해도 역시 철칙이 있어 첫째 보게또판이어야 하며 둘째 동선에 깃털 하나 무게만 더하는 것이어야 한다 이 두 가지로 귀결하니, 

이 포켓판이라 해도 한국 포켓판은 문제가 적지 않아서 저 둘을 배반하는 일이 적지 않다.

진짜로 아무 보게또나 들어가는 가볍디가벼운 수진본에 가까운 책 하나만 꼴랑 가져간다. 

저에 적합한 것이 논어니 하는 동양고전이거나 혹은 시집 종류인데, 왜? 여행가서 무슨 심화 독서를 하겠는가? 그 자리서 간단히 하나씩 소화할 만한 예화 묶음집인 까닭이다. 

물론 저 논어만 해도 언제나 학이시습지 불역열호 하다가 말지마는, 살아보니 이게 딱 제격이더라. 


이런 판형도 여행 휴대는 부담이다. 이보다 적고 더 가벼워야 한다.



나야 취미 때문에 더 그렇겠지만 한시집을 휴대한다. 태백 시 한 편 뇌까리는데 무슨 그리 큰 부담이 있겠는가? 

백거이 장한가나 비파행만 해도 여행에는 부담이 되는 장편이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60년대 70년대 한국출판독서계를 풍미한 그 문고본들이 실상 이 시대에는 딱 제격이다.

나는 삼중당문고에서 나온 단편 문학집,예컨대 김동인 단편소설선 같은 것을 휴대하는 일이 많은데,

그 분량이 다대하면서도 무게는 깃털같고, 무엇보다 아무 보게또에나 들어가니 이보다 좋은 판형 있는가?

또한 문고의 제국 일본에서 나온 문고본도 이에 딱 제격이라 이와나미문고나 중앙공론 문고본 시리즈가 딱 제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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