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 말은 되새김 동물이라, 요새는 사료를 드시지만, 몇십년 전으로로만 거슬러 올라가도 사료? 그 딴 게 어딨어? 다 여물로 때웠다.
여물이란 무엇인가? 간단히 말해 풀이다.
하나 조심할 점은 소나 말도 사람과 마찬가지라 먹는 풀과 먹지 않는 풀로 나뉘어 있어 같은 되새김 동물이지만 염소랑은 또 왕청나게 달라서,
이 염소의 경우가 식성이 가장 잡식성이라 쳐먹는 꼴을 보면 거의 멧돼지의 그것을 방불한다. 달력까지 찢어드신다.
예서 문제가 겨울과 초봄이다. 새순이 올라오기 전 그 시즌 말이다.
한반도는 저주 받은 땅이라 제주 같은 극히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선 겨울에 풀 구경을 할 수는 없다.
염소의 경우는 소나무 이파리는 물론이고 그 껍데기까지 벗겨 먹는 바람에 염소야 정말 먹일 게 없을 때는 이파리가 달린 소나무를 잘라다 주기도 한다.
소나 말은 소나무 이파리를 안 먹는다.
여물은 순전히 내 기억 경험을 되살리면 겨울에는 콩깍지 아니면 짚단이다.
타작하고 남은 콩깍지 부스러기와 타작하고 남은 볏짚단이 주요 양식이라 이게 여물이다.
단, 소라고 해서 저런 생것만 먹일 수는 없는 노릇이고 그래서 그것을 죽을 끓여 때마다 대령해야 한다.
점심은 간단히 해결하고 아침 저녁으로 쇠죽 끓여서 대접한다.
콩깍지 짚단이 무슨 영양가가 있겠는가? 그 식욕을 돋우기 위해 딩겨라고 해서 벼보리 타작하면서 나온 가루성 분말을 섞어서 끓여주게 되는데, 푹 삶았다 할 정도로 끓인다.
이 끓이는 일이 크게 고역이라 할 수는 없지만 때마다 하루 두 번 이상 해야 한다는 건 고통이다.
그걸로 물론 아궁이 불을 지키니 일석이조라는 효과도 있다. 온돌을 그걸로 달구기 때문이다.
그 쇠죽을 때마다 끓이려면 화력을 무엇으로 제공할까?
이 역시 고역인데 시도때도 없이 산에서 나무를 해다 달라야 한다.
그때는 산이 온통 민둥산이라, 그나마 이 민둥산을 살아남는 나무가 아카시아라, 아카시아는 올해 잘라 때도 이듬해에는 죽죽 자라 있으니, 이 아카시아야말로 대한민국 농촌을 먹여살린 일등공신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무 없는 산으로 나무를 찾아 결국 깊은 골짜기로 들어갈 수밖에 없다.
길도 없는 그 깊은 산중 나무는 지게로 져다 날랐다.
이게 보통 일이겠는가? 그 짓을 내가 이골이 나도록 했다.
소? 상아탑이라 해서 모르는 사람이야 집에서 한 마리가 아니라 서너 마리 키우면 되지 않느냐 하는데, 키워봐라! 뒤진다.
버텨낼 재간도 없고 무엇보다 사람 먹을 것도 없는 마당에 무슨 소타령이란 말인가?
저런 여물 말고도 요즘 같은 때가 그 시즌이라 때마다 풀을 베다 날라서 건초를 만들어놔야 한다.
도대체 얼마는 져다 날라야 하는가? 열라 전나 해다 날라야 한다.
소 한 마리 말 한 마리 키우는 일은 그래서 고역 중의 상고역이다.
그렇다고 초봄 지나 여름철이면 아무데나 풀어놓으면 된다?
웃기는 소리. 것도 집집마다 소 한 마리씩 그렇게 풀어놓아 풀 먹인다 다니다 보면, 금새 계곡 하나가 작살난다.
한국 산림이 그렇게 축복인 것 같은가? 사막의 다른 이름에 지나지 않는다.
헐벗은 산하에 소나 염소가 뜯어먹을 풀떼기가 그리 풍족한 듯한가? 웃기는 소리.
빛좋은 개살구라 지금 온 국토가 밀림이라 하지만, 소 한 마리 풀어놓으면 산 하나 작살 내는데 이틀이 걸리지 않는다. 그만큼 쳐먹어댄다.
이 여물 문제를 전제하지 아니하는 그 어떤 동물고고학도 무의미하다.
여물은 소와 말 염소의 알파요 오메가다.
등자? 마갑? 웃기는 소리 작작들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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