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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기자들 “‘국가기관’ 통신, 치욕으로 고개 들 수 없다”

by 세상의 모든 역사 2023. 12.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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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기자들 “‘국가기관’ 통신, 치욕으로 고개 들 수 없다”
기자명 김도연 기자   입력 2016.12.21 16:20  수정 2016.12.21 16:27  댓글 16
100여명 성명, 불공정 보도와 인사 비판 “‘국정교과서’를 ‘단일교과서’로, 삼성 기사는 두 단계 톤 다운… ‘영문기사는 우리나라에 좋은 것만 쓰라’ 편집방향”

연합뉴스 기자들이 자사 보도 공정성을 촉구하며 새로운 편집국장 임명을 촉구하고 나섰다. 2008년 이후 입사한 기자들을 중심으로 100여 명이 성명에 이름을 올렸다. 앞으로 사측의 불공정 보도와 인사를 비판하는 기자들의 반발은 불어날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 기자들은 21일 성명을 내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관련 기사를 데스크가 난도질해도, 국정교과서를 ‘단일교과서’라고 쓰라는 지시가 내려와도, 대다수 시민단체와 한 줌도 안 될 관변단체를 1대 1로 다루는 기사가 나가도 우리는 항의하되 제대로 저항하지 못했다”고 자성했다.  

이들은 “‘영문 피처 기사는 우리나라에 좋은 것만 쓰라’는 편집 방향이 세워져도, 비선실세 최순실씨에 대한 검찰의 공소장은 ‘일방적 주장’이라고 데스크가 주장해도, 청와대가 구매해 논란이 된 유사 프로포폴을 이명박 정부 때도 샀다고 기사 제목이 ‘물타기’ 돼도 우리는 분노하되 끝까지 싸우지 못했다”고 했다.  

연합뉴스 기자들은 “그러는 사이 국가기간통신사가 아니라 국가기관통신사가 아니냐는 바깥의 야유에도 우리는 제대로 분개하지 못하는 처지가 됐다”고 자조했다. 


▲ 박노황 연합뉴스·연합TV 사장(맨 오른쪽)이 지난해 3월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국기게양식은 박 사장의 취임 직후 일정으로 지나친 ‘애국 코드 맞추기’라는 안팎의 반발을 산 바 있다. (사진=김도연 기자) 


연합뉴스 기자들은 “심지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언론사에 광고를 미끼로 부당한 압력을 가하지 않겠다’고 발언했던 바로 그 당일에도 삼성 관련 기사 두 건의 제목이 ‘톤 다운’된 데 이르면 우리 젊은 기자들은 분노가 아니라 치욕으로 고개를 들 수가 없다”며 “경영진도 편집국 간부도 그 어느 누구도 ‘바른 언론 빠른 통신’ 국가기간통신사의 얼굴에 먹칠한 책임을 지겠다고 나서는 이는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한 치 앞을 내다보지 못하는 근시안으로 정권에 기대 불공정을 일삼는 것은 결국 회사의 미래를 갉아먹는 해사행위라는 것을 경영진은 모르는 것인가 아니면 알고도 고집하는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사측이 김태식 기자를 ‘근무태도 불량’, ‘부적절한 언행’ 등의 이유로 해고했다가 지난 9월 법원이 무효판결을 내린 사례, 2012년 103일 파업을 이끈 공병설 전 언론노조 연합뉴스지부장에 대한 보복성 인사 등을 거론하며 “불공정 보도가 불공정 인사에서 시작됐다는 것을 모르는 이는 여기 아무도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경영진은 중대한 잘못뿐 아니라 사소한 실수에도 기자들에게 경위서를 요구했다”며 “경영진 취임 이후 사내게시판에 경위서 양식이 새로 올라왔을 정도이니 그 공포정치의 전말은 더 말해 무엇하겠는가”라고 비판했다. 

연합뉴스 기자들은 사측에 △ 공정한 기사를 쓸 수 있도록 보장하라 △ ‘공포정치’를 거두고 ‘낙제점’을 받은 사내민주화를 개선하라 △ 기준도 알 수 없는 인사평가를 거두고 성과급제 방침을 철회하라 △ 부당한 해고와 보복성 전보를 지금이라도 취소하라 △ 회사의 미래를 위해 수습기자 공채를 재개하라 △ 비정상적인 편집국장 직무대행 체제를 끝내고 기자들의 신뢰를 받는 새 편집국장을 임명해 정상화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연합뉴스는 3년간 공포정치로 권력을 휘두르는 경영진의 것이 아니”라며 “연합뉴스는 부당한 취재 지시로 공정성을 저해한 간부들의 것도 아니다. 연합뉴스는 우리 젊은 기자들의 것이며, 독자들의 것이며, 시민의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래는 성명 전문.

<성명> 부끄러움은 왜 우리의 몫인가—공정언론·공정인사를 회복하라

우리 젊은 기자들은 출근길이 두렵고 퇴근길이 부끄럽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관련 기사를 데스크가 난도질해도, 국정교과서를 '단일교과서'라고 쓰라는 지시가 내려와도, 대다수 시민단체와 한 줌도 안 될 관변단체를 1대 1로 다루는 기사가 나가도 우리는 항의하되 제대로 저항하지 못했다.

'영문 피처 기사는 우리나라에 좋은 것만 쓰라'는 편집 방향이 세워져도, '비선실세' 최순실씨에 대한 검찰의 공소장은 "일방적 주장"이라고 데스크가 주장해도, 청와대가 구매해 논란이 된 유사 프로포폴을 이명박 정부 때도 샀다고 기사 제목이 '물타기' 돼도 우리는 분노하되 끝까지 싸우지 못했다.

그러는 사이 국가기간통신사가 아니라 국가기관통신사가 아니냐는 바깥의 야유에도 우리는 제대로 분개하지 못하는 처지가 됐다.

심지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언론사에 광고를 미끼로 부당한 압력을 가하지 않겠다"고 발언했던 바로 그 당일에도 삼성 관련 기사 두 건의 제목이 '톤 다운'된 데 이르면 우리 젊은 기자들은 분노가 아니라 치욕으로 고개를 들 수가 없다.

하여 묻는다. 부끄러움은 왜 언제나 우리의 몫인가.

경영진도 편집국 간부도 그 어느 누구도 '바른 언론 빠른 통신' 국가기간통신사의 얼굴에 먹칠한 책임을 지겠다고 나서는 이는 없다. '그런 의도가 아니었다', '후배들의 오해다', '일선 기자의 취재가 부족한 탓이다'. 끝없는 변명 그 사이에서 우리의 소중한 바이라인은 갈가리 찢겼다.

한 치 앞을 내다보지 못하는 근시안으로 정권에 기대 불공정을 일삼는 것은 결국 회사의 미래를 갉아먹는 해사행위라는 것을 경영진은 모르는 것인가 아니면 알고도 고집하는 것인가.

불공정보도가 불공정인사에서 시작됐다는 것을 모르는 이는 여기 아무도 없다.

'사원이 행복한 회사'를 만들겠다던 경영진은 취임 첫 해 몇 차례인가 희망퇴직을 시행하더니 급기야 한 선배를 해고했다. 세계적 특종을 한 다른 선배는 '일할 수 없는 환경'을 견디지 못해 결국 스스로 회사를 떠났다.

공정보도를 기치로 파업을 성공적·평화적으로 이끈 노조위원장과 파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다른 선배는 원래의 일터에서 먼 지역으로 '보복성' 전보됐다. 노조 활동을 열심히 한 기자들은 승진에서 누락됐다.

경영진은 중대한 잘못뿐 아니라 사소한 실수에도 기자들에게 경위서를 요구했다. 경영진 취임 이후 사내게시판에 경위서 양식이 새로 올라왔을 정도이니 그 '공포정치'의 전말은 더 말해 무엇하겠는가. 기준도 알 수 없는 부당한 인사평가도 강행하려 한다. 성과급제도 시행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기수별 성명'이 두려워서인지 수습 기자도 2년째 뽑지 않는다.

사필귀정(事必歸正)이다. 법원은 기자 해고가 부당하다는 판결을 내렸다. 경영진은 공정보도와 사내 민주화에 대한 조합원 평가에서도 모두 낙제 성적표를 받았다.

그러나 경영진은 법원 판결도 조합원들의 평가도 모두 '일방적 주장'으로 판단한 듯 끝내 승복하지 않았다.

연합뉴스는 3년간 '공포정치'로 권력을 휘두르는 경영진의 것이 아니다. 연합뉴스는 부당한 취재 지시로 공정성을 저해한 간부들의 것도 아니다. 연합뉴스는 우리 젊은 기자들의 것이며, 독자들의 것이며, 시민의 것이다.

경영진과 간부들에게 요구한다.

1. 공정한 기사를 쓸 수 있도록 보장하라.
1. '공포정치'를 거두고 '낙제점'을 받은 사내민주화를 개선하라.
1. 기준도 알 수 없는 인사평가를 거두고 성과급제 방침을 철회하라.
1. 부당한 해고와 보복성 전보를 지금이라도 취소하라.
1. 회사의 미래를 위해 수습기자 공채를 재개하라.
1. 비정상적인 편집국장 직무대행 체제를 끝내고 기자들의 신뢰를 받는 새 편집국장을 임명해 정상화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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