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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문화 이모저모

예이츠 천국의 융단과 김소월의 진달래

by 세상의 모든 역사 2019. 11.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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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edh Wishes for the Cloths of Heaven


by William Butler Yeats (1865 – 1939) 


Had I the heavens' embroidered cloths,

Enwrought with golden and silver light,

The blue and the dim and the dark cloths

Of night and light and the half light,

I would spread the cloths under your feet:

But I, being poor, have only my dreams;

I have spread my dreams under your feet;

Tread softly because you tread on my dreams.



애드가 갈망하는 천국의 융단 


내게 천국의 자수한 옷감이 있다면 

금빛 그리고 은빛으로 잘 짜고 

푸르고 어름하고 어두운 그런 옷감이 

밤과 빛, 그리고 어스름으로 짠 옷감이 있다면

난 그 옷감을 당신 발길 아래다 깔께요 

하지만 가난한 제가 가진 건 꿈밖에 없어요

당신 발길 아래다 제 꿈을 막 깔았으니 

사뿐히 즈려 밟으소서 당신이 밟은 건 제 꿈이니깐



The poem by William Butler Yeats was published in 1899 in his third volume of poetry, The Wind Among the Reeds.


Aedh, the speaker of the poem is an Irish and Scottish Gaelic given name, deriving from “áed”, an Irish word of Indo-European origin, equivalent to “fire” in English. It has many variants such as AIDAN, EDAN, AODH, ÁED, AEDÁN, ÁEDÁN in Irish, AIDAN, EDAN, AIDEN, AODH, ÁED, AEDÁN, ÁEDÁN in Scotish. They are used today in the Irish and Scottish Gaelic languages as a given name for both sexes (though feminine forms are less varied and less common), and in even more variants as a family name. Aodh was the name of a Celtic god, twin of Fionnuala and son of Lir. The four Children of Lir are legendary in Celtic mythology and were commemorated on Celtic wedding rings. Lir’s second wife, Aoife, turned Aodh into a swan. Aodh was also the name of a Celtic sun god. The Celtic sun god Aodh is an aspect of the Celtic god The Dagda.


젊은 시절 예이츠는 낭만주의 성향을 다대하게 보인다. 이해가 비교적 쉽고, 가사 전달에 비중을 두는 요즘의 대중가요 비슷한 그런 느낌이 많다면, 초기 시라고 보아 대과가 없다. 


이 시 역시 그러한데, 흔히 Aedh 대신 he를 써서 He Wishes for the Cloths of Heaven 라는 제목으로 소개되는 일이 많다. 


Aedh는 작중 화자다. 아이리시나 스코티시 같은 켈틱(셀틱)어는 철자와 그에 대응한 발음을 우리가 추측하기는 여간 어렵지 아니한데, 이 이름은 '애드' 혹은 '이-드'라 읽는 일이 많은 듯하다. 뭐 '아이드'라 읽어도 대과는 없으리라. 


예이츠는 남들 써먹기 딱 좋은 이른바 명언을 한 트럭 쏟고 간 사람이다. 


cloth는 식탁보를 table cloth라 하는 데서 연상하듯 옷으로 완성하는 그 재료인 옷감으로 봐야 한다. 따라서 이 시를 옮길 적에 저 말을 '옷'으로 옮기는 일이 많은데, 나로서는 적당한 선택이 아니라고 본다. 실제로 이 cloth를 발길에 깐다 했으므로, 실은 융단이나 카페트에 가깝다. 


예이츠는 한국에 아주 일찍이 소개된 영어권 시인이라, 그가 생전에 이미 최고의 시인이라는 명성을 누리던 그 시대에 이미 한반도에 상륙해 맹렬한 열풍을 일으켰으니, 그를 집중으로 소개한 사람이 안서岸曙 김억金億 (1896~?) 이다. 평안북도 곽산 출신인 그는 1907년 인근 정주군 오산학교에 다녔으니 일본 유학을 한 뒤에 귀국해서는 1916년 모교 오산학교에 교사로 부임하니, 이때 제자 중 한 명이 김정식金廷湜이라, 훗날 김소월金素月(1902~1934)이라 일컫는 사람이다. 정식을 문단에 끌어낸 사람 역시 김억이다. 


소월의 대표작으로 '진달래꽃'이 꼽히어니와, 이 시가 하도 유명해지는 바람에 '참꽃'이라는 명칭이 거의 멸종 단계에 접어들고 진달래라는 말로 대체되었으니, 참꽃의 참살을 부른 시다. 덧붙이건대 남쪽에는 진달래라는 말 자체가 없었다. 이 진달래꽃 발표 당시 원문과 그 현대어 옮김은 다음과 같다. 




진달내ᄭᅩᆺ


나보기가 역겨워

가실ᄯᅢ에는

말업시 고히 보내드리우리다


寧邊에藥山

진달내ᄭᅩᆺ

아름ᄯᅡ다 가실길에 ᄲᅮ리우리다


가시는거름거름

노힌그ᄭᅩᆺ츨

삽분히즈려밟고 가시옵소서


나보기가 역겨워

가실ᄯᅢ에는

죽어도아니 눈물흘니우리다


소월 김정식 시집 진달내꽃



진달래꽃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히 보내드리우리다


영변(寧邊)에 약산(藥山)

진달래꽃

아름따다 가실 길에 뿌리우리다


가시는 걸음걸음

놓인 그 꽃을

사뿐히 즈려밟고 가시옵소서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우리다


소월 김정식


내가 이 시를 인용하는 까닭은 단박에 알겠지만 이 진달래꽃이 실은 예이츠의 저 시 Aedh Wishes for the Cloths of Heaven를 실은 거의 그대로 차용했기 때문이다. 사뿐히 즈려밟고 가시옵소서는 아예 번역이다. 


물론 이를 표절로 볼 것인가 하는 문제는 다르다. 요즘 같으면 표절 기준에 딱 걸리겠지만, 그럼에도 정식은 저 모티브와 구절을 상당히 따오대, 상당한 변용을 가한다. 


예이츠는 융단을 말했지만, 그 자리에다가 김정식은 진달래를 가져다 놓고 그것을 뿌렸다. 


정식이 예이츠를 읽었는가? 

물론이다. 

그의 선생 김억 번역을 통해 예이츠를 사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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