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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 & THESIS

옌롄커 "지금 중국은 사람들이 죽어가는데 가공송덕歌功頌德 노래뿐"

by taeshik.kim 2020. 3.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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옌롄커 "곡소리 안 멈췄는데 위대함 외치는 소리 울려퍼져"

송고시간2020-03-02 15:08

노벨상 후보 반체제 작가, 코로나19 관련 중국당국 언론·정보 통제 비판

우한작가 팡팡, 의사 리원량도 적극 옹호…언론·작가 '워치독' 역할 촉구




작년 11월 12일, 대산문화재단·교보문고 초청 방한 강연에 즈음한 기자간담회에서 주인공 옌롄커閻連科 Yan Lianke 한테 한국기자들은 당시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며 한창 대두 중인 홍콩시위사태에 대한 질문이 쏟아졌다. 그가 말할 것도 없이 중국 작가이면서 중국에서 활동한다는 그런 특수성에서 더 질문이 날카로웠다. 덧붙여 그는 흔히 외부에는 반체제 작가로 인되곤 했다. 


한데 그의 답변은 의외로 두루뭉술하고 구렁이 담 넘어가는 듯해서 기자들을 실망으로 몰아갔다. 아무리 반체제 작가라 해도 중국 국적에 중국에서 활동하니 발언에 제약이 많겠다는 그런 이해가 있기는 했지만, 지나치게 언동을 사린다는 그런 느낌을 강하게 준 모양이다.  


당시 홍콩 시위 현장에서는 경찰이 쏴댄 총을 맞고 시민이 중상하면서 날로 시위는 격화하는 상태였고, 그만큼 폭력적 진압 양상은 가일층하는 시기였다. 그런 초강경 진압 양상을 기자들이 물으니 옌롄커는  "그 어떤 이유든 폭력이 자행되는 것은 반대한다"거나 "사람의 목숨은 그 무엇보다도 소중하다"는 정도로만 언급하고 말았다. 그 폭력이 경찰을 말하는지, 아니면 폭력적 시위를 말하는지도 분명치 않은 점이 있었고, 사람 목숨도 시위대를 말하는지 아니면 경찰을 말하는지도 당연히 특정되지는 아니했다. 




하도 질문이 집요한 때문이었는지 그는 그 자신을 "정말 나약한 사람", "구경꾼"으로 정의하는 한편 반체제 작가라는 외부의 시각에 대해서는 "중국 사회 여러 현상에 대해 비판한 적이 없다. 사실을 그대로 적었을 뿐"이라며 "내 인생과 문학을 성찰해보면 나의 나약함과 유약함이 드러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자리를 직접 지켜본 기자들은 대부분 그 모습에 실망했다고 안다. 




한데 그런 그가 작심하고 중국 당국, 특히 시진핑 체제 중국 공산당을 호되게 비판하고 나섰다. 근자 발간된 대산문화재단 계간지 《대산문화》 기고문에서 우한발 신종코로나바이러스 창궐에 즈음해 중국 공산당 정책을 맹비난한 것이다. 옌롄커는 특히 시진핑 우상화 혹은 1인 독재체제 구축 정책을 겨냥해 날카롭게 비판했다. 


"후베이의 우한, 그리고 중국 전역에서 사람이 죽고 가정이 파괴돼 귓가에 사람들의 곡소리가 그치지 않는 상황에서, 우리는 이미 통계 숫자의 호전으로 인해 위에서 아래로, 전후좌우로, 경축을 준비하는 북소리와 가공송덕歌功頌德의 노랫소리를 듣고 보고 있다." 


가공송석이란 말할 것도 없이 시진핑 체제 출범 이후 그 독재 권력을 강고히 하고자 하는 중국 공산당 정책을 겨냥한 말이다. 


"한쪽에서는 시신이 채 식지 않고 곡소리가 멈추지 않았는데, 다른 한쪽에서는 영명함과 위대함을 외치는 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한다"고 하는가 하면 "이 질병으로 인해 얼마나 많은 사람이 죽었는지, 병원에서 죽은 사람과 병원 밖에서 죽은 사람이 몇 명인지 제대로 알지 못한다. 심지어 조사나 질의조차 시작되지 않았다"고 탄식한다. 


코로나 19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진실을 폭로했다가 공산당 정부로부터 탄압받은 의사 리원량李文亮, 그리고 우한 작가 팡팡方方을 옹호하면서 언론과 작가들은 이들처럼 용기 있고 양심 있는 글쓰기를 하라고 촉구한다.




"오늘 우한에 팡팡이란 작가의 존재와 기록이 없다면, 팡팡이 자신의 기억과 느낌을 문자로 써내지 않았다면, 팡팡 같은 수천수만의 사람이 없다면, 휴대폰을 통해 우리에게 전달되는 삶과 죽음의 울음과 구조를 갈구하는 외침이 없다면 우리는 무엇을 들을 수 있을까?"


"리원량처럼 먼저 호각을 불 수 없다면 호각 소리를 듣는 사람이 돼야 한다…큰 소리로 말할 수 없으면 귓속말을 하면 된다. 귓속말을 할 수 없으면 기억력과 기억을 가진 침묵자가 될 수 있다."


이 글을 옌롄커는 대산문화재단에 보낸 것 외에도 이탈리아, 프랑스, 싱가포르, 일본 신문사에도 기고했다고 하니 순교자를 자처하고 나선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을 준다. 이 기고문이 몰고올 파장은 적지 않을 것이다. 중국 당국은 어떤 식으로건 그를 옭아넣으려 할 것이다. 가택연금은 기본이지 않을까 싶다. 


아무래도 옌롄커를 저번에는 잘못 본 듯하다. 발톱을 숨긴 독수리 아니었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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