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이안 시대가 막을 내리면서
앞에서 이야기한 동북지역도 급격하게 세력이 재편되었는데
율령체제를 기반한 헤이안쿄平安京의 야마토 조정 입장에서는
당장 주변의 무사들도 통제가 안 되는 판에
당시로서는 열도의 북쪽 끝에 해당하는 오슈 지역까지 힘이 제대로 행사될 리가 없었다.
이 지역은 헤이안 시대 말, 크게 두 힘이 충돌하여 정국이 복잡하게 돌아갔는데,
첫째는 율령체제의 성립과 함께 이 지역을 무력으로 통치한
야마토 조정의 힘,
그리고 둘째는 앞서 언급한 이 지역 토착 부수장俘囚長들이었다.
俘囚長이라고 하지만 이들의 세력도 간단치 않아서
크게 보아 아베 씨(安倍氏), 데와 기요하라 씨(出羽清原氏), 그리고 오슈 후지와라 씨(奥州藤原氏) 세 세력이 있었다.
이 셋 중에 앞선 두 세력, 아베씨와 기요하라씨는 좀 더 이 지역 토착 수장이었고,
오슈 후지와라씨는 그 이름이 상징하듯이 뿌리를 쫒아 올라가면 야마토 조정의 사실상 지배자인 후지와라씨의 지손이었다고 한다.
물론 말로는 후지와라씨의 지손이었다고 하지만
명문 후지와라씨가 왜 오슈 끝에 나타나 번성하는가 하는 단순한 의문 때문에
말로는 후지와라씨 후예를 자칭했다지만 사실은 토착민일 것이라는 주장도 꽤 강하다.
하지만 최근에는 단순히 후지와라씨를 실제로 지손이기는 하지만 중앙의 후지와라씨와 연결도 되고
그 종족으로 당시 인정받고 있었다는 주장도 있는 모양이다.
사실 헤이안 시대 말이 되면 일본 전국 각지에 무사단과 지방세력이 출현하는데
그 수장이 되는 동량 급들은 조상이 야마토조정 덴노의 지손이거나 귀족의 후예인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앞서 이야기 한 다이라노 마사카도의 경우,
덴노의 육대손을 자칭했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고,
가마쿠라 막부를 개창한 미나모토노 요리도모도 동국 무사단을 근거로 했다지만
그 조상은 중앙의 세이와 겐지인 것이다.
이렇게 보면 우리나라 후삼국 시대 각지에서 보이는 신라의 웅성들,
김씨나 박씨가 지방에서 출현하여 그 지역 호족이 되거나 유력 씨족이 되는 현상과 비슷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실제로 우리나라 씨족 중에는 신라계 김씨나 박씨를 자칭하면서도
후삼국 이전에 지방으로 이동하여 그곳에서 자립했다는 전승을 남기는 경우가 있는데
이와 비슷한 경우였다고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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