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자본주의 성장사에서 가장 두드러진 특징의 하나는 땡전 한푼 없이 시작했기 때문에 외채와 민간자본 의존도가 높다는 것이다.
일본이 제국주의 길을 걸을 때만 해도 일본은 없는 살림을 쥐어짜고 이따끔식 들어오는 전쟁 배상금 등으로 메꿔가며 아직까지는 추격 가능한 선진 제국주의를 추격할 수 있었다.
그런데 한국이 해방이후 성장의 길을 추구할 때쯤이면 이미 후발 국가가와 선진국 차이는 이전보다 더 벌어져 있었고, 더 큰 문제는-.
정말 신생 대한민국에는 땡전 한 푼 없이 까막눈 국민 3천만이 하루 하루 먹고사는 상황이었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한국과 일본의 성장 전략의 차이가 나오기 시작하는데,
한국은 근대화 과정에서 일본보다 외채와 민간자본 의존도가 훨씬 높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언론 표지를 장식하던 외채망국론이야 그렇다 쳐도,
씨드머니가 부족했던 한국의 현실을 가장 잘 보여주는 영역이 바로 교육제도다.
해방이후 한국 교육을 건설하는 과정에서 기본적 전략은 초등-고등학교 교육까지는 국가가 주도하되 대학교육은 사립을 위주로 운영하는 것이었다 할 수 있다.
이때문에 민간 자본이 대학교육에 많이 유입되었고 그 민간자본에 국비보조를 하는 형식으로 한국의 대학교육은 완성되었다.
이러한 민간자본 위주의 시스템으로 또 하나 들 수 있는 것이 의료제도다. 의료 역시 국가가 거의 비용을 대지 않고 면단위까지 의사를 내려보내거나 (보건지소) 거대 병원에 이르기까지 모두 사적 자본으로 국가 의료체계가 완성되었다.
오늘날 한국처럼 의료접근성이나 의료비가 환자에게 유리한 국가가 없는데 이러한 구조물이 오랫동안 좌파학자들이 주장한 것처럼 국가주도의 공적 의료가 아니라 민간주도의 의료로 완성되었다는 것이 매우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한국의 오늘날 성공적으로 완성되었다고 평가받는 영역을 유심히 들여다 보면 이처럼 종잣돈 없이 시작하려다 보니 민간자본과 외채를 동원하여 구축된 부분이 아주 많다.
한국에서 민간 자본이 기여하는 부분에 대해 절대 부정적으로 폄하되어서는 안 되는 이유이다.
국립대학 못지 않게 (아니 어쩌면 그 이상으로) 사립대학도 대한민국 발전에 큰 기여를 했고,
현대한국의 빛나는 성취인 의료제도는 민간 자본 없이는 유지가 어렵다.
고마운 부분에 대해서는 마땅히 감사의 뜻을 표하면서 고쳐야 할 것이 있다면 개선해야지,
교육과 의료를 공적자본으로 운영하는 것을 지고지선으로 놓고 "사립"과 "민간"을 만악의 근원으로 모는 것은 옳지 못하다는 뜻이다.
한국 자본주의 성장에서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외채와 민간자본을 효율적으로 국가주도 경제발전에 이용했다는 점인데,
이러한 성과는 절대로 폄하되어서는 안 되고 앞으로도 이러한 민간 영역의 기여는 억압되어서는 안 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우리나라 발굴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는 "민간 자본에 의한 발굴회사"도 어떤 시각으로 봐야 하는가, 그에 대한 시사점이 있을 수 있을 것이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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