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언어학 설계한 '천재'…분단 시대를 살아간 지식인, 김수경
송고시간 2024-02-16 07:01
'남북 통틀어 20세기 최고 언어학자' 조명한 신간 '북으로 간…'
이산가족 등 한반도사 압축적으로 담겨…일본인 학자의 연구 결실
https://www.yna.co.kr/view/AKR20240215148700005?section=culture/scholarship
일본인 조선학도 이타가키 류타板垣龍太가 일본에서 3년 전에 낸 단행본이 국내에 근자 번역되어 소개되었다고 하거니와,
이 소식은 다른 경로를 통해 우리 THE HERITAGE TRIBUE에서 강민경 선생이 간단히 전하면서 그 자신이 접한 김수경 관련 자료를 소개하기도 했으니
저 소식을 전하는 내 옛날 공장 김예나 기자 보도 말미에는 24년 전 내가 쓴 두 기사가 related articles로 링크됐거니와, 24년 전이라....
저를 접하며 내가 감회가 없을 수가 있겠는가?
당시만 해도 적어도 언론업계에서는 김수경이며, 류렬이며 하는 사람들이 생면부지인 시절이라, 감히 장담하거니와 그런 생면부지를 언론계에 데뷔케 한 선구로 나는 나름 의미를 둔다.
저 무렵에 내가 왜 언어학, 특히 그 일환으로서 국어학에 관심이 많았는가를 잠깐 논급해 두면
첫째 내 오지랖주의라, 나는 본래 대학 전공이 영어영문학이라, 이 영어학이라는 것은 실상 당시를 풍미한 촘스키 계열 이른바 변형생성문법이었거니와,
나는 그에 대한 반발이 적지 않았고
그러면서도 언어학에 대한 관심은 지대해 역사언어학으로 빠졌던 것이니,
이것이 훗날 혹은 당시 이미 역사 혹닉과 맞물려 이상한 증폭 현상을 일으킨 때라, 닥치는 대로 언어학 국어학 책도 섭렵하던 시절이라 해 둔다.
그런 당시의 내 관심이 그대로 반영된 것이라, 그 과정에서 북한에서 주장하는 한국어계통론에 관심이 적지 않았으니, 이는 무엇보다 아래 첨부 내 기사들에서도 논급하는 이기문 계열 남한 국어학에 대한 반발이 컸던 까닭이기도 하다.
내가 이기문 계열 남한 역사언어학을 반발한 가장 큰 이유는 식민지시대 일본인 언어학도들이 주창한 그것에서 하등 발전이 없는 우라카이에 지나지 않다 여긴 까닭이었다.
이들은 가나자와 쇼사부로 아유가이 후사노신의 충실한 후예에 지나지 않았다.
아래 첨부 기사에서 나는 김수경을 일러 "애초에는 국어학자라기보다는 언어학자였다"고 단언한다.
이 말이 허심하게 보일지는 몰라도 이 한 마디가 내가 당시 김수경을 공부한 결론이었다.
이런 점들을 저 일본인 조선학도는 어떻게 접근하려 했는지는 내가 저 책을 살피지 않아 모르겠다.
북한 국어학자 김수경 박사 지난해 별세
송고시간 2000-08-18 10:10
(서울=연합뉴스) 김태식기자 = 20세기 남북한을 통틀어 최고의 국어학자 중 한명으로, 해방공간에 월북한 김수경 박사가 지난해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북한 국어학계에 정통한 한 당국자는 강원도 출신인 김 박사가 지난해 81세를 일기로 별세했음을 여러 경로를 통해 확인했다고 18일 말했다.
이와 관련, 북한의 언어학 연구 성과를 소개하고 정리하는데 주력하고 있는 국어학자 고려대 김민수 명예교수는 "김 박사가 올 3월쯤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북한을 다녀온 인사들에게 들은 바 있다"고 밝혔다.
고 김수경 박사는 경성제국대학 철학과 출신으로 서울대 등지에서 언어학, 특히 국어학을 강의했고 월북 직전까지 진단학회에서 활동하며 이 학회 기관지인 『진단학회』에 <용비어천가 삽요음 연구>라는 불후의 논문을 발표했다.
이른바 사이 시옷이니 하는 명사와 명사를 이어줄 때 들어가는 사잇소리를 연구한 <용비어천가 삽요음 연구>는 이 분야에서 아직까지 이 논문을 능가하는 글이 없을 만큼 훌륭한 연구로 평가되고 있다고 김민수 교수는 말했다.
월북 이후 김수경은 김일성대 조선어학 강좌장으로 있으면서 벽초 홍명희의 장남으로 지난 92년 사망한 홍기문, 이산가족을 만나기 위해 서울을 찾은 류렬(82)씨와 함께 북한 국어학 연구의 초석을 닦은 인물로 평가되고 있다.
김수경은 1989년에는 고구려·백제·신라의 세나라 시기 한민족 언어가 부여어계 중심의 북방어, 신라어 중심의 남방어로 달랐다는 남한 학계의 주장을 민족을 이간시키려는 반동 분열책이라고 혹독하게 비판한 단행본 『세나라시기 언어력사에 관한 남조선학계의 견해에 대한 비판적 고찰』(한국문화사에서 출간)을 발표한 바 있다.
김수경은 말년에는 남한의 국립중앙도서관에 해당하는 인민대학습당 운영방법연구실 실장으로 있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남한에 있던 딸은 현재 캐나다 토론토대에서 언어학을 강의하고 있으며 이들 두 부녀는 몇 년 전 중국 베이징에서 개최된 언어학 관계 학술대회에서 잠시 만난 적이 있다.
김수경과 동갑인 한글학회 허웅 이사장은 "아마 월북하지 않고 남한에 남아 연구에만 매진했더라면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위대한 언어학자가 되었을 것"이라고 그의 죽음을 안타까워했다.
taeshik@yonhapnews.net
김수경의 국어 연구
송고시간 2000-08-18 11:00
(서울=연합뉴스) 김태식기자 = 지난해 사망한 것으로 확인된 김수경은 애초에는 국어학자라기보다는 언어학자였다. 이때문에 북한 언어학계에서는 언어가 무엇인지를 다룬 드문 언어 이론가였다.
이는 대학 전공이 국어학이 아니라 철학이었던 데서 비롯됐을 수도 있다. 하지만 해방 직후 월북한 다음 북한에서의 연구활동은 국어학으로 고착된다.
김수경이 지난 89년 고대 한국어가 부여-고구려계통의 북방어, 백제-신라 계통의 남방어 두 갈래가 있었다는 남한 국어학계 학설을 맹비판한 단행본 『세나라시기 언어력사에 관한 남조선학계의 견해에 대한 비판적 고찰』을 보면 그가 얼마나 언어철학에 기반한 국어학자인지가 잘 드러난다.
해방 이후 한국어 연구를 주도한 서울대 이기문·김완진 교수 계열의 연구성과를 남쪽과 북쪽을 국어학 분야에서 이간질시키려는 민족분열책이라고 혹독한 비판을 가하고 있는 이 책에서 언어학(자)의 사명을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언어학은 자기의 대상에 대해 반작용할 권리가 없으며 언어학의 과업은 오직 관찰된 언어현상을 충실하고 정밀하게 객관주의적으로 기술하는데 있다고 하는, 일정한 시기까지 언어학계를 풍미하던 사상은 결코 용납될 수 없다.
사람들이 언어로 하여금 그가 지닌 사회적 기능을 가장 원만하게 수행할 수 있도록 부단히 의식적으로 반작용해야 하는 것은 언어가 그 창조자이며 사용자인 사람들이 의식적으로 반약용하고 적극적으로 간섭하는 것을 허용해야 할 뿐만 아니라..."
한마디로 언어학자는 언어 현상을 관찰하고 그 까닭을 설명하는데 만족할 것이 아니라 여기에 적극 개입해 바람직하지 않은 언어현상은 바로잡아야 한다는 뜻이다.
이런 언급은 언어란 무엇이며 그것을 가능케 하는 힘은 무엇인지 따위의 거창하고 철학적이며 형이상학적인 문제를 다루는 노엄 촘스키 계열의 일반언어학에 대한 통렬한 비판이란 점에서 김수경의 천재성이 번득이는 대목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책에서 김수경은 언어학자는 일반언어학을 다루기 전에 구체적인 각국 언어를 먼저 연구해야 하며 따라서 한국 언어학자들은 한국어 연구에 매진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면서 국어학 연구의 가장 심각한 문제점으로 남한학계의 한국어 계통론 연구를 문제삼고 있다.
김수경 지적처럼 남한 국어학계는 대체로 삼국시기 고대 한국어를 북방계, 남방계의 두 갈래였으며 특히 한국어는 알타이어족에 속한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김수경은 이런 남한학계의 주장을 "근거도 없을 뿐만 아니라 고대 한반도를 분열시키려 했던 일제 어용 언어학자들의 학설을 비비판적으로 받아들인 결과이며 이는 한민족 역사에서 고구려를 떼 놓으려는 민족분열책에 다름 아니다"면서 대단한 비판을 가하고 있다.
김수경은 특히 이기문 서울대 명예교수를 곳곳에서 직접 겨냥해 공격하고 있다.
그는 이기문 교수가 고구려어가 신라,백제어와는 달랐다고 증거로 내세운 각종 문헌기록과 『삼국사기』 지리지에 나타난 고구려 지명 연구 결과는 오히려 고구려어가 백제,신라어와 별개의 외국어가 아니라 방언적 차이에 지나지 않음을 증명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와함께 김수경은 분단으로 남북한 국어가 이질화되고 있는데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시하면서 특히 그 문제점으로 남한의 무분별한 외래어 도입과 국한문 혼용을 들고 있다.
taeshik@yonhap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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