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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당당탕 서현이의 문화유산 답사기

<융건릉 원찰 수원 화산 용주사> 특별전을 보고나서

by 서현99 2020. 12.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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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수원화성박물관에서 정조대왕 서거 220주기와 용주사 창건 230주년을 맞이하여 <융건릉 원찰 수원 화산 용주사> 특별전을 개최한다는 걸 듣고 일요일인 오늘, 모처럼 시간이 나서 잠시 다녀왔다.

이번 전시는 사진전으로 100년 전 유리건판 사진부터 최근까지의 사진을 총 망라해서 융건릉과 용주사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데, 특히 정조의 초장지(健陵 舊陵地)에서 출토된 부장품을 최초로 전시했다고 한다.

정조 초장지 출토 부장품


박물관에 사람이 없어서 천천히 두 바퀴나 돌면서 전시를 볼 수 있었다. 전시 내용과 별개로 이번 전시를 보면서 ‘콘텐츠’의 선점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생각하게 됐다.

수원 화성, 융건릉 그리고 용주사는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문화유산이라는 것은 대부분 알 것이다.

그런데 현재 행정구역 상 화성은 ‘수원시’이고, 융건릉과 용주사는 ‘화성시’에 속해 있다.(아마 아직도 융건릉과 용주사도 수원시에 속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 지도 모르겠다.)

용주사의 현재 행정구역은 “화성시”이다.


지금의 우리나라 문화유산 관리체계로 볼 때, 융건릉과 용주사는 분명 화성시의 행정체계 내에서 움직여야 한다.(즉, 용주사 내의 지정문화재 보수공사가 이뤄지려면 화성시의 행정을 통해 관리된다.)

그런데 화성시에 있는 용주사와 융건릉에 대한 콘텐츠는 수원시가 선점해 버렸다. 이것이 좋다, 나쁘다라는 얘기를 하고 싶은 것이 아니라, 그만큼 콘텐츠는 앞서서 선점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건 화성시뿐만 아니라, 용인시도 마찬가지다. 수원 화성을 축성하는데 대표적인 일등공신은 채제공이다. 채제공과 관련된 종중 소장 유물은 수원화성박물관에 기증되었고 그 콘텐츠를 수원시가 적극 활용하는 동안 채제공의 묘를 보유하고 있는 용인시에서는 그동안 이를 활용할 생각도, 여건도 마련되지 않았다.

수원화성박물관 채제공 선생 초상


이런 결과가 나온 이유는 무엇일까. 지자체 장의 역사문화에 대한 관심이 우선적이어야겠지만, 문화유산을 관리하고 활용하는데 장기적인 안목으로 끌고 나갈 조직과 인력이 갖춰져 있느냐에 따라 좌우된다고 생각한다.

수원시와 용인시는 서로 인접해 있어서 가까운 듯하지만 여러 가지 면에서 분위기가 매우 다르다. 특히 수원은 도시의 정체성을 대표하는 세계문화유산 ‘화성’이라는 절대적인 ‘콘텐츠’를 갖고 있다는 점에서 다른 곳과 비교할 수 없는 강점을 갖고 있다. 그래서인지 문화유산 관련 전담 조직과 인력, 그리고 시립박물관 역시 다른 지자체에 비하면 잘 갖춰진 편이다.

이에 비하면 용인시는 도시 정체성을 대표하는 콘텐츠가 무엇인가라는 물음에 아직 명확한 답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아직도 대형사업을 추진하면서 도시브랜드를 높이는데만 열을 올리고 있다.

고려시대 대몽항쟁 승전지로 알려진 처인성을 대표 문화유산으로 가꾸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올해 처인성 주변 탐방로 정비를 마쳤고, 처인성을 홍보하고 관련 콘텐츠를 교육할 수 있는 역사교육관을 한창 짓고 있는 중이다.

그래도 우리는 우리가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최선을 다해 노력하고 있다는 것, 부디 이 노력이 좋은 결실을 맺을 수 있길 바래본다.

정비된 처인성 탐방로
정비된 처인성 안내시설
탐방로 바닥에는 처인성 전투 장면을 삽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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