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전에 이 사이트의 쥔장께서 공자의 杏亶이라는건 은행나무가 아니라 살구나무라는 이야기를 한적 있던것으로 기억한다. 재미있는것은 杏을 은행나무로 착각한것은 우리만 그런것이 아니라 일본 역시 마찬가지로 일본의 구 제국대학들도 예외없이 은행나무 잎을 학교의 상징으로 택하거나 학교 앞에 은행나무길을 조영한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도 성균관대학의 학교 엠블럼에는 동경대 처럼 은행나무잎이 그려져 있다. 어느것도 동양문화권에서 학문을 상징하는-아마도 공자까지 소급하는- 행단의 나무를 은행나무로 착각한데서 나온 해프닝일것 같다.
흥미로운 것은 이 은행나무는 어마어마하게 긴 오랜 세월동안 "화석 식물"의 소리를 들어가며 버티고 있는 종이라는 것이다. 은행나무는 은행나무문-은행나무강-은행나무목-은행나무과-은행나무속-은행나무종으로 동일 문 안에 오직 은행나무 1종만 살아 남은 엄청난 놈이라는 사실에 놀라게 된다. 은행나무문이 처음 출현한것이 지금부터 3억년 전이라는데 이 긴 세월을 지나고 나서 보니 그 후손으로 딱 은행나무 1종만 남아 있는 꼴이 되겠다. 이 얼마나 엄청난 일인가!!
사실 원래 같으면 이미 오래전에 사멸해야 마땅했던 종이었다는데 사람들이 그 모습을 사랑하여 여기저기 심게 되면서 지금도 목숨을 부지하고 잇는 나무이다. 흥미롭게도 야생종 은행나무가 현재 거의 발견하기 어렵다는 점도 재미있다 (사람이 키우는 나무만 남아 있을뿐 자연에서 야생으로 번식하는 은행나무가 거의 없다는 말이다). 야생에서 은행나무가 생존하기 어려운 것은 어떤 이유인지 야생동물이나 곤충들이 이 은행나무의 번식에 전혀 도움을 주지 않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야생상태에서는 다른 모든 동물과 곤충의 눈밖에 난 존재가 되겠는데, 이 때문에 오직 사람의 힘을 빌려서 간신히 번식할수 있기 때문에 야생에서는 거의 볼수 없는 것이다.
왜 야생동물과 곤충들은 은행에 손도 대지 않을까? 이는 은행에 함유되어 있는 청산 (cyanide) 때문이라는것이 정설이다. 은행 열매는 사람들은 기피하지 않고 구워 먹지만, 드물기는 해도 너무 많이 먹어 병원 응급실로 실려오는 사람들도 있다. 이 경우 청산 중독(cyanide poisoning) 진단이 내려지는데, 도대체 왜 동물이나 곤충이 먹어야 하는 열매에 청산을 섞어 놨는지 은행나무 자신만이 알 일이다.
그 이유가 어쨌건 공자의 이야기에 행단이 얽혀 들지 않았다면, 또 사람들이 행단의 나무를 은행나무로 착각하지 않았다면 어쩌면 은행나무는 일찌감치 멸종의 길에 접어 들었을수도 있지 않을까. 동물과 곤충의 세계에서 버림받은 은행나무로서는 공자에게 여러번 절을 해야 하는 입장인 셈이다. 은행나무가 가진 엄청난 역사에 비해 오늘날 오로지 사람의 손만 바라보고 반려견처럼 사람들 사이에서만 번식하고 있는 이 나무가 가진 속성이 흥미로운데... 반려동물처럼 반려식물이라는 것이 만약 있다면 그 첫머리에 올려야 마땅한 존재가 바로 은행나무가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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