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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S & MISCELLANIES

교황도 반발하고, 개신교도 반대하는 하기아 소피아 Hagia Sophia 모스크化

by 세상의 모든 역사 2020. 7.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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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터키 성소피아 박물관의 모스크 전환 결정에 "깊은 슬픔" | 연합뉴스

교황, 터키 성소피아 박물관의 모스크 전환 결정에 "깊은 슬픔", 임은진기자, 국제뉴스 (송고시간 2020-07-13 00:26)

www.yna.co.kr

 

하기아 소피아 Hagia Sophia 를 박물관 museum 에서 모스크 Mosque 로 돌린다는 터키 최고행정법원 판결과 그에 따른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 행정명령 decree 은 예상대로 관련 분야 이해당사자 반발을 부르거니와, 개중에서도 우리가 주목해야 할 곳이 가톨릭이라는 종교계와 유네스코라는 국제기구다. 

 

한데 유네스코 같은 국제기구는 어차피 그 태생 자체도 그렇고, 운영하는 꼴이 허당이라 한국에서만 대단한 줄 알지, 실제 그 내막을 보면 좃도 아니다. 비근한 다른 사례로 WHO 세계보건기구? 이게 무에 대단한 기구인 줄 착각하는 사람 많지만, 이 역시 허당 중의 上허당이다. 아무런 실권도 없고, 그에서 내리는 결정도 허당이다.

 

모스크 환원 환영하는 터키 국민

 

덧붙여 이참에 제발 국제기구에 대한 환상 같은 거 걷어치웠으면 한다. 

 

따라서 공허한 메아리 같은 유네스코 반발은 제껴버리고, 저에 대한 가톨릭 반응만 볼짝시면, 아니나 다를까 로마가톨릭이 교황 명의로 "깊은 슬픔"이라 표현했다는데, 뭐 그래본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마는 그 옛날처럼 저걸 분쇄하겠답시고 십자군전쟁을 일으킬 수도 없는 노릇이니, 이래저래 한탄 혹은 슬픔만 표시하다 말 일이다. 

 

앞서 세계교회협의회WCC 라는 데서도 이번 일을 "비탄과 실망"이라고 규정했다는데, 그와 궤를 같이하는 반응으로 보아도 대과가 없다.

 

내친 김에 WCC는 어떤 데인가 찾아보니 World Council of Churches 약자라, 1948년 출범한 범세계 교회 연합체라고 하는데, 애초 출발은 개신교였다가 나중에 동방 아시시리안 교회the Assyrian Church of the East, 동방정교the Oriental Orthodox Churches 등등도 참여한다고 하니, 개신교 색채가 조금 강한 데가 아닌가 한다. 

 

 

따라서 저에서 박물관 지위를 박탈하고는 모스크로 규정하겠다는 터키 정부 방침에 기독교계는 신구 양교에서 일치해서 반대 목소리를 낸다는 점을 확인한다. 그도 그럴 것이 이 하기아 소피아는 태생 이래 현재에 이르는 그 역사가 그 장구한 세월만큼 다층을 포함한 까닭이다. 

 

앞대가리 링크한 우리 공장 특파 기사에서 간단히 정리했듯이 하기아 소피아는 동로마제국 황제 유스티니아누스 1세가 537년 콘스탄티노플에 건립한 교회로, 이후 916년간 정교회 총본산 같은 기능을 하다가 1453년 오스만터키 제국에 콘스탄티노플이 함락당하면서 모스크로 모습을 바꾼다. 


따라서 종교라는 측면에 국한할 적에 저 성당은 기독교와 무슬림이 교직交織한다. 로마가톨릭 측면에서 본다면, 실은 저 성당과는 직접 인연이 짙지는 않다. 이른바 동방교회 본산이지, 로마에 근거를 둔 가톨릭과는 현격히 다른 길을 걸은 까닭이다. 쯔빙글리와 칼벵, 루터 등에 뿌리는 두는 개신교 역시 마찬가지라, 그네들이 창설한 개신교파는 로마가톨릭에 대한 반동이지 동방교회와는 직접 상관은 없다. 

 

이는 마치 무엇과 비슷한가 하니, 작금 한국불교계와 조계종의 위치에 견주면 이해가 쉽다. 조계종이라는 종파는 고려 중기 지눌에서 직접 뿌리를 찾는다. 물론 그 뿌리를 더 거슬러 올라가서는 달마대사가 어떻니, 그리하여 부처한테로 직접 고리를 연결하고는 하지만, 종파로서 조계종 성립은 고려중기를 뛰어넘을 수는 없다. 

 

함에도 조계종은 현재의 한국불교계 대표 종파처럼 군림하면서, 조계종 등장 이전 불교 문제도 사사건건 개입하며 목청을 높이곤 하거니와, 예컨대 경주 남산 엎드리 불상도 세우라고 난리통을 치는데, 그게 조계종과 무슨 직접 상관이 있는 일이겠는가? 

 

암튼 신구교가 합심해서 터키 정부 결정을 반발하는 까닭은 그것이 범 기독교 유산이기도 한 까닭이다. 1500년에 걸친 역사를 싹뚝 잘라 보면 900년이 기독교, 나머지 600년이 이슬람이니, 기독교계에서 보면 이번 결정이 환장할 노릇이기도 하다. 

 

 

결국 모스크 환원 결정은 지금의 하기아 소피아가 박물관이라는 이름으로 함유한 기독교+무슬림 짬뽕 전통에서 자칫 전자를 빼어버리고자 하는 의도일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시간이 흐르면서 세력균형 변화에 따라 이처럼 주도하는 종교세력이 변한 데가 한두 군데겠는가? 조선시대 궁궐들이 지금은 유원지가 되어있지 않은가? 그것을 독점한 왕을 배제해 버리고 국민국가 시대에 걸맞게 이는 왕궁은 대한민국 국민이 주인인 시대가 된 것이다. 

 

그런 점에서 종묘제례악과 종묘제례를 전주이씨라는 특정 문중에 맡긴 일은 시대를 거듭 퇴보 퇴행한 일이다. 언제 조선시대에 종묘 제사를 전주이씨가 독점해서 지냈단 말인가? 이성계 이래 역대 왕과 왕비가 조상신으로 존중받은 까닭은 그들이 전주이씨였기 때문이 아니라, 조선이라는 왕조의 절대 기반이었던 까닭이다. 

 

문화재라는 관점에서 보면 문화재 역시 거듭거듭 시대 변화에 맞추어 변화하기 마련이며, 변화해야 한다. 이번 결정을 퇴행이라 비난하기도 하겠지만, 저런 변화가 어쩌면 이 시대 터키의 변화를 가장 드라마틱하게 증언하는 제1급 증언자일 수도 있다는 점을 우리는 하시何時라도 잊어서는 안 된다. 

 

 

무스타파 케말 아타튀르크가 문을 연 터키 무슬림 성속분리와 무슬림 세속주의를 저들이 100년을 실험하고서는 버리기 시작한 것이다. 물론 그 버림이 국민의 절대동의를 기반으로 한 것인가 하는 논란이 있을 수밖에 없고, 바로 그런 성찰에서 파시즘을 논할 수도 있는 여지가 있기는 하지만, 애니웨이 현재의 집권 권력은 박물관으로서의 하기아 소피아를 용납하지 못하겠다고 선언하고 나선 것이다. 

 

애초 정교회 본산으로 등장했다가 나중에 모스크가 되었고, 그러다가 다시 박물관으로 되어 성속을 초월한 관광지로 새 삶을 시작한 하기아 소피아가 이제 다시 새로운 단계로 진입하려는 것이다. 나중에 현재의 집권권력이 바뀌면 또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 

 

그것이 세계유산이라 해서 그 정책을 관장하는 유네스코 혹은 그에 관련하는 국제사회 동의없이 맘대로 모스크로 바꿀 수 없다? 이 역시 또 다른 폭력이다. 

 

어쩌면 세계유산 등재는 그 등재 대상을 그 등재시점의 기능 혹은 권능으로 고정하는 폭력으로 작동한다는 사실도 이참에 거듭 성찰해야 한다. 세계유산이 뭐건대 그것이 지금의 등재시점을 기준으로 그에다가 해당 유산의 모든 걸 고정한단 말인가?

 

교회가 모스크로 바뀔 수 있고, 모스크가 교회가 될 수 있으며, 그런 모스크 혹은 교회가 얼마든 박물관이 될 수도 있다. 그렇게 우리가 말하는 세계유산은 끊임없는 역사를 온축해 왔다. 저걸 반대한다는 기독교계야말로 이런 역사의 폭력 그 주범 중 하나였다. 그들이 복음이라는 이름으로 저지른 폭력의 현장이 한두 군데인가? 

 

그 역사와 외피를 바꾼 데가 한둘이 아님에도 왜 굳이 기독교계에서는 교황까지 나서 저런 일이 슬프다니는 블라블라할까? 

 

솔까 장사가 되기 때문이다. 연간 관람객 400만을 찾는다는 그 유명한 관광지라는 그 매리트를 기독교가 결코 포기할 수 없는 까닭이다. 유명하기 때문에, 그런 유명한 유산은 박물관이 되어, 기독교 역사를 온축한 그런 곳으로 영원히 선전되었으면 하는 그런 바람의 소산이 저런 반응이다.  

 

저걸 모스크로 돌리겠다는 그 의도가 하도 불순해 나 역시 그에는 찬동할 수는 없지만, 모스크로 돌린 까닭에 세계유산 등재목록에서 삭제해야 하느니 하는 말, 나는 추인도 못하고 동의도 못하며, 장단 맞추어 춤을 출 생각도 없다. 

 

이는 결국 우리네 문화재현장에 대한 새삼한 성찰을 다시금 요구하거니와, 모든 문화재 현장은 철저히 현재를 중심으로 기술되어야 하며 이해되어야 한다는 점을 명심 또 명심 거듭 명심했으면 싶다. 

 

되먹지도 않은 아득한 과거, 환상 속에서만 존재하는 창건기를 기점으로 그에서 현재에 이르는 방식으로 기술하는 문화재 역사와 그 이해방식은 타파되어야 한다. 그 창건기 혹은 중건기 보탬 혹은 변화가 아닌 모든 것을 떼어버려야 하는 부스럼 혹은 옹이로 간주하는 문화재정책을 나는 찬동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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