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창에 지는 해가 눈이 부시도록 비추는데 창밖에 지나가는 그림자는 날아드는 저녁 까치라, 서창을 마주앉아 꼬리를 들었다 놓았다 하며 주동이를 딱딱 벌리면서 깟깟, 깟깟깟 짖기를 구기拘忌 잘하기로는 장안 여편네 중 제일 가는 김승지의 부인 시앗이니 무엇이니 하고 지향指向을 못하는 중에 저녁 까치 소리를 듣고 근심이 버썩 늘었더라...
인간에 새벽되는 소식을 전하려고 부상 삼백척에 꼬키오 우는 것은 듣기좋은 수닭소리라. 그 소리에 인간에 있는 닭이 낱낱이 운다. 아시아 큰 육지에 쑥 내민 반도국이 동편으로 머리를 들고 부상을 바라보고 세상밝은 기운을 기다리고 있는 백두산이 이리 굼틀저리굼틀 삼천리를 내려가다 중심에 머리를 다시 들어 삼각산 문필봉이 생겼는데 그 밑에는 황궁국도에 만호장안이 되었으니 종명정식하는 부귀가가 즐비하게 있는 곳이라 흥망성쇠가 속하기는 일국에 그 산밑이 제일이라. 《귀의성》 15장
보다시피 이인직도 그랬고, 앞서 본 다른 신소설 작가 이해조도 그렇거니와 언어의 마술사들이었다.
저 귀의 성은 첫 줄이 이렇다.
깊은 밤 지는 달이 춘천 삼학산 그림자를 끌어다가 남내면 솔개동네 강동지 집 건넌방 서창에 들었더라.
이인직은 마성魔性의 언어 마술사다. 앞서 본 다른 신소설 작가 이해조 역시 마찬가지다.
친일파라는 딱지가 그의 여러 면모를 막강하게 방해한다.
친일파라는 딱지는 그를 이해하는 꼴랑 하나의 키워드에 지나지 아니한다.
문제의 그 꼴랑 하나가 수십 수백개의 이인직을 방해한다는 사실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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