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그의 전공 혹은 관심사와 연동한다. 사석에서도 그런 말을 여러번 했지만, 그는 실은 역사학도이기 이전에 인류학도를 자처했다.
그는 브리티시 콜롬비아 대학인가에 가서 인류학을 공부한 걸로 기억하고, 실제 수업 시간에도 이 인류학의 중요성을 매번 설파하곤 했다.
나는 인류학을 정식으로 터득한 적이 없다. 지금도 사정은 마찬가지라, 나는 그쪽에는 젬병이다.
다만, 나는 내가 인류학을 배우지 않아도, 어떤 텍스트에 작동하는 그 원리는 간취하는 능력이 있다.
이 능력, 실은 내가 인류학을 배우건 아니 배우건, 나는 그것과 관계없이 나는 그 작동 원리를 간취해 낸다고 나는 믿는다.
이종욱은 인류학을 습득하고, 그것에 심취한 사정에서 화랑세기라는 텍스트를 보고, 그에서 드러나는 이런 인류학적 원리 혹은 법칙 혹은 작동 원리를 보고는, 이건 도대체 조작 불가능임을 알았다. 나는 그리 본다.
그에 견주어 나는 2002년 졸저 《화랑세기 또하나의 신라>》 단계까지는 이런 인류학적 시야에 대한 주목을 실은 거의 하지 않았다. 다만, 내 주특기라 할 만한 것들을 이야기하는 데서 몇 군데 그런 근처에 간 것들로 몇 가지를 지적했을 뿐이다.
인류학 문외한인 내가 보기에 화랑세기에 드러나는 가족 관계 혹은 가계 계승원리 등등을 보건대, 조작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른 점은 그와 하등 다를 바가 없다.
사녀私女 사자私子, 그리고 가자假子 등등에 대해서는 내 나름대로 정의를 새로 내렸다. 그리고 왕비를 배출하는 양대 인통姻通에 대해서도 그와는 다른 점이 많다.
다만 나는 인류학 문외한인 까닭에, 귀납적으로 정리했을 뿐이며, 이종욱은 그것을 그것을 기초로 연역적 방법을 구사했다고 나는 생각한다.
인류학이건 고고학이건 지랄이건 그 무엇이건, 나는 내가 반드시 그것을 배워야 전문가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학문은 현상을 분석하는 방법의 차이에 지나지 않을뿐, 그것에 분파가 따로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2017. 11.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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