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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나무가 만개하는 무렵이다.
등나무꽃은 피어서 곱고 져서 아름답다.
바닥에 수북히 깔린 등꽃 시체 본 일 있는가?
떼죽음이 그리 아름다울 수 없다.
한데 왜 등나무가 칡넝쿨 한 묶음해서 엉킨 실타래 갈등이 되는지 알다가도 모르겠다.
혹자는 넝쿨이라 그런다는데
하긴 이 등꽃보다 칡꽃은 보라색 흰색 붉음이 절묘히 조화하는데 그를 보면 내가 넋을 잃는다.
***
저 등꽃이 청파동 숙명여대 제1캠퍼스다. 옛날 자료 정리하다 튀어나와 지금쯤 한창 꽃을 피웠겠거니 해서 아침 일찍 남영동 출발해 도보로 십분거리인 저짝을 찾아나섰더랬다.
개구멍 같은 정문 입구 통과하려는데 인상 험한 아저씨 둘이 반발 비스무리하게 하며 잡더라. 못들어간단다.
코로나 19 때문인가 하면서도 길 건너편 제2캠퍼스는 이렇다 할 제지가 없고 또 다른 동네 아줌니 같은 여인 두엇은 들어가는 것으로 보아 바바리맨이나 노숙인 취급함이 분명했다.
할 수 없이 그대로 가로질러 효창공원으로 향한다. 운동기구 잔뜩한 그 코너에 등나무가 있어 살폈더니 찬 땅인지 이제 겨우 몇 송이 피었더라.
주렁주렁한 등꽃은 어란魚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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