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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 곳곳이 시위로 몸살을 앓은 주말
하필 그 한복판 광화문에서 피치 못하게 참여해야 하는 행사가 있어
그걸 마치고 귀가길에 나섰는데
퍼뜩 이 무렵이면 청계천변 이팝이 필 때가 아닌가 해서
그곳을 자리를 옮겼더라.
아직 만발 망발까진 아니라 해도 한창 피우기 시작했다.
나는 이 청계천 복원은 이명박이 남긴 위대한 유산으로 보거니와
그보다 이 이팝나무를 가로수 혹은 강변수로 선택한 그것을 더 높이친다.
제법 여름 티가 나는 날
영 거추장스런 양복차림으로 어슬렁이며 이팝 사진이나 담고자 하는데
저 아래 강물에 이 왜가리 한마리 어두커니 선 채 자태를 뽑낸다.
보니 쭈쭈빵빵이라 저 날렵한 몸매 인간들한테 자랑하는 중이었다.
희한한 놈이다.
사람을 피하지 않으니 하도 많은 서울사람과 어울리느라 이젠 경계도 아니한다.
인간화한 왜가리는 애완동물인가 보다.
내친 김에 더 가까이 가서 폰카를 눌렀다
전연 아랑곳없다.
너는 짓어라 나는 간다는 기차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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