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시대의 지식인: [13] 이양하

김단장께서 이양하 선생의 정보를 보내와서 약간 더 내용을 찾아 정리해서 쓴다. 

신록예찬으로 유명한 이양하 선생 프로필은 다음과 같다. 

평양고등보통학교 (1923) -- 일본 제삼고등학교(第三高等學校) (1927) -- 도쿄제국대학 영문과 (1930) -- 동경제국대학 대학원 수료 (1931) -- 연희전문학교 강사 (1934) -- 연희전문학교 문학과 교수 (1942)

선생은 평양고보를 졸업 후 일본으로 건너가 제3고를 나왔다고 했다. 

이 글에서 여러 번 썼지만 고등학교는 조선에는 없는 교육기관으로 사실 고등교육기관으로서 대학예과나 전문학교보다 앞서는 기관이다.

대개 대학본과생을 뽑을 때 자기 대학 예과를 우선적으로 뽑았지만, 그 다음에는 반드시 고등학교 졸업생이 선발되었다.

대학본과에는 예과가 없는 대학도 많았으므로 이런 학교에서는 고등학교가 최우선적으로 선발 대상이었다. 

흥미로운 것은 일본에서 고등학교와 제국대학 본과 인원은 항상 1 대 1로 맞춰져 있었다는 것이다. 

따라서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특정과를 고집하지 않고 계열만 지정하는 정도라면 전국 어느 제국대학에도 들어갈 수 있었다. 

이양하 선생은 평양고보를 졸업 후 제삼고 졸업까지 4년이 걸렸는데 원래 고등학교는 3년제이다. 

따라서 제3고를 입학하기 위해 준비한 1년이 여기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양하 선생의 전체 프로필은 사실 평양고보를 졸업 후 제3고를 입학함으로써 결정되었다고 봐도 된다. 

그 정도로 당시 고등학교라는 존재는 대단했다. 

제3고를 졸업한 후에는 도쿄제국대 영문과를 나왔다고 했는데 대학 본과가 당시 3년이었다. 

딱 3년을 채워 졸업한 것을 볼 수 있다. 

흥미로운 것은 대학 졸업 후 대학원을 1년 더 다녔다는 점이다.

이는 매우 이채로운 경력이다.

필자 기억으로는 대학원까지 진학한 분을 거의 못 본 것 같은데 이양하 선생 프로필은 당시 일본에 내놔도 최고 수준의 경력이다.

이 정도 경력은 일본인 중에도 아마 드물었을 것이다. 

구제 일본 제3고 교표. 제3고이므로 가로줄이 세개다.

P.S.1) 일본은 고등학교가 전쟁 전에 총 39개가 있었다. 이 중에는 제3고처럼 번호로 이름이 매겨진 고등학교가 있었고 지역 이름을 따서 붙인 고등학교가 있었다.

전자를 넘버스쿨 (number school)이라고 하고 후자를 네임스쿨 (name school)이라고 했던 모양이다.

고등학교를 입학하면 대학입학은 보장된 상태였으므로 일본사회의 최정상에 이미 진입한 것이나 다름없었다고 한다.

고등학교 사이에는 우열은 공식적으로 존재하지 않았지만 넘버스쿨이 네임스쿨보다는 더 쳐주는 분위기였다고 한다. 


P.S.2) 조선의 고보를 나와서 일본의 고등학교를 들어가고 동경제대를 들어가는 경력은 당시로서는 정말 드문 것이다.

이 정도 경력이면 일본에서도 먹히는 경력이었다고 보는데 이양하 선생은 귀국하여 연전의 교수로 재직했다.

기본적으로 조국애가 없다면 볼 수 없는 행동이라 하겠다. 


P.S.3) 이양하 선생의 경력에서 아마 동경제대 졸업을 주목할 텐데 필자가 보기엔 그의 고등학교 졸업 경력이 더 대단하다.

사실 고등학교를 나오면 일제시대에는 어떤 제국대학이건 졸업은 이미 결정된 것이었다.

위 이양하 선생 프로필에서는 고등학교 졸업이 가장 결정적이었다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