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시대의 지식인 [9]: 석주명

나비박사로 유명한 석주명 선생의 프로필은 위키에 의하면 다음과 같다. 

어릴 때부터 토끼, 비둘기와 같은 동물을 좋아해 집에서 길렀으며, 1921년 장로교 선교사 베어드가 세운 숭실고등보통학교에 진학했다. 하지만 동맹휴학에 가담하여 개성의 송도고등보통학교로 학교를 옮겼으며, 다시 경상북도 대구 고등농림학교로 전학하였고 1927년에 졸업했다. 송도고보 학생 시절에 석주명은 집에서 떠나서 공부했는데, 한때 음악에 정신이 팔려 공부를 게을리 하기도 했다. 집에서 많은 생활비를 보내 주는 데다가, 공부를 감독할 부모가 옆에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낙제 과목이 나올 정도로 성적이 나쁘게 나오자, 그제서야 정신을 차리고 방학 동안 공부에 힘썼다. 일본 최고의 농업 전문 학교의 하나인 가고시마 고등농림학교(鹿兒島高等農林學敎)에서 공부하여 1929년 졸업하였다. 

요약하면, 송고고보--대구고등농림학교 (1927 졸)--가고시마고등농림 (1929졸)

그런데 이 프로필은 뭔가 착오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석주명

 
고등농림은 고보를 졸업하고 진학하는 전문학교로 고등학교 과정에 해당한다. 

송도고보에서 대구고등농림으로 진학-졸업하는 것은 문제가 없다. 그런데 대구고농을 졸업한 후 2년만에 가고시마고등농림을 졸업한 것으로 되어 있다. 

고등농림은 전문학교로 3년제이기 때문에 1927년-1929년 2년만에 졸업할 수가 없다. 또 대구고농과 가고시마고농은 같은 급으로 대구고농을 졸업했다면 가고시마고농을 졸업할 리가 없다. 굳이 일본 유학을 한다면 가고시마고농보다 위의 급, 대학을 도전해야 정상일 것이다. 

위키 이외 온라인 사이트에는 석주명 선생에 대해 이와 다르다. 
한국민족대백과사전에는, 

평안남도 평양 출생. 1926년 개성 송도고등보통학교를 졸업한 뒤 1929년 일본 가고시마고등농림학교를 졸업하였다. 

라고만 되어 있다. 이 경우 1926년 송도고보 졸업후 3년만인 1929년 가고시마고농을 졸업했으므로 이 편이 정확한 것이다.

위키의 대구고농은 뭔가 착오가 있는 것으로 생각한다. 무엇보다 대구에는 고등농림학교가 아니라 같은 전문학교라도 정식명칭이 대구농업전문인 학교가 1944년부터에야 있었다. 
 

석주명 선생이 졸업했다는 가고시마고등농림. 상당한 명문이었다고 한다.

 
고등농림학교는 앞에도 썼지만 고보(혹은 중학)를 졸업한 후 진학하는 전문학교로 연전, 보전과 같은 급이다. 

여기를 졸업하면 고졸이므로 대학본과를 진학할 수 있었겠지만, 석주명은 송도고보 졸업 후 가고시마고농이 최종학력이다. 

물론 당시로는 이 정도 학력도 조선인 중에 최고 수준이다. 

공업전문, 농업전문, 상업전문 등 실업계 전문학교는 해방이후 모두 대학으로 승격했다. 

예를 들어 경성공업전문과 수원농업전문은 각각 서울대 공대와 서울대 농대 전신이다. 
 

해방이후 서울 농대의 모체가 되는 수원농림전문은 구제 전문학교로 석주명 선생이 졸업했다는 가고시마 고등농림과 동일한 고등학교 과정이었다. 고등농림과 농림전문은 이름만 다를 뿐 동일한 고등학교 과정이다.

 
P.S.1) 석주명 선생은 한국 곤충 분류에 큰 공을 세운 분이지만 이 글 프로필에서 보듯이 뚜렷한 스승이 없는 사람이다. 가고시마고농의 교수로부터 한반도 곤충 분류에 매진할 것을 권고받았다지만 그것은 이례적 학부생에 대한 지도 이상 수준은 아니었을 것으로 본다. 해방 이전 조선인 중 학문의 길을 걷던 사람 상당수가 이병도-석주명 선생처럼 뚜렷한 지도교수 없이 공부하던 사람들이었는데 이러한 상황은 해방 이후 한국의 신교육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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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시대의 지식인 [8]: 이병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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