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고시간 | 2019-12-05 11:11
전통건축학자 이경아 교수 신간 《경성의 주택지》
올해 7월 20일. 나는 내 페이스북 계정에 이런 글을 게재했다.
(앞 생략)
듣자니 이번 바쿠 세계유산위에 마침내 처음으로 자비 내서 회의 참관한 대학교수님이 탄생했다고.....
이 분 문화재위 세계유산분과 위원 되시고선, 그래 명색이 세계유산분과 위원인데 세계유산위가 어케 돌아가는지 내가 직접 봐야 하겠다고 해서 지 돈 내고 가셨다고....
첨이다!
지돈 내고 세계유산위 참관한 대한민국 교수!
세계유산 전문가라 떠드는 사람 대한민국에 천지다. 무슨 용역 프로젝트에 끼지 못해 환장한 세계유산 전문가 천지다. 뜯어보면 빈깡통임에도 세계유산 전문가입네 하고 동네방네 떠들고 다니며, 이런저런 지차체 들쑤셔서 이게 세계유산 될 만하다 한창 펌프질 일삼으며 그에 기어이 한 다리 걸치고는 용역 받아가는 전문가 천지다. 특히 대학교수에 이런 전문가가 그리 많다.
그러면서도 그 시스템이 어찌 돌아가는지 하나같이 까막눈이다. 등재 신청서가 어찌 작성되는지 알 턱도 없고, 그것이 어떤 과정을 거쳐 어떻게 수정보완되는지도 알지 못하고, 더구나 관련 회의라는 데는 제 돈 내고 가는 전문가를 내가 못봤다. 어떡하면, 문화재청 혹은 지자체 혹은 다른 단체 등쳐서 공짜로 세계유산위니 하는 회의에 공짜로 가려는 전문가 천지인 세상이다.
그럼 그렇게 가서는 제대로 공부라도 하는가? 가서 하는 일이라곤 우리가 신청한 유산 세계유산 되는 순간 기념사진 찍는 게 전부요, 그 나머지는 지가 가서 보고 싶은 곳 룰루랄라 배움 혹은 견문이라는 그럴 듯한 명목 내세워 슬렁슬렁 놀러다니기 여념이 없으니, 막상 영어 까막눈에 벙어리라, 외국친구들이 말을 걸어올까 오금이 저리고 만다.
내가 알기로 단군조선 이래 처음으로, 그리고 대한민국 건국 이래 처음으로, 자기 돈 내고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위회의를 참관한 대학교수가 저번 세계유산위에 처음으로 탄생했다.
식민지시대 서울이라는 도시가 어떻게 탄생했는지를 구석구석 발로 찾아 다니며 궁구하고 그 전개양상을 파헤친 이번 책을 그가 썼다. 그 내용을 보지 아니해도, 나는 저런 기백, 저런 결단 하나만으로도 그의 책과 논문은 평가받아야 한다고 본다.
그의 박사학위 논문을 기초로 이후 수행한 각종 연구를 대폭 보강한 이번 책에는 특히나 내가 사는 곳이랑 더욱 밀접하다는 점에서 더더구나 정감이 간다. 후암동 문화주택 얘기가 잔뜩이다.
근자 근대 도시유산 답사 바람이 일면서 넘쳐나는 이른바 답사기와는 결을 달리한다. 물론 개중에는 묵직함을 장착한 것들이 없지는 않고, 그것들은 그것들 나름대로 가치와 빛을 발하기도 하거니와, 이번 이경아 전통문화대학 교수의 연구성과는 그 화룡점정이라 할 만하다.
이 책을 소화하고 서평을 쓰신 선배 기자께 이 책 어떻느냐 했더니, 참말로 좋다고 상찬을 거듭한다. 그래서 내 판단이 잘못이지 않음을 적이 안심하면서, 그 선배가 이르기를 "구석구석 답사하며 참고하기에는 더없이 좋다" 하므로, 그것이 아니라 해도 이는 결국 서울이라는 대도시가 어떻게 탄생하게 되었는지, 그 비밀을 풀어헤치는 첫 단추를 꿰었다는 점을 평가해야 할 듯 싶다.
내가 알기로 이경아는 한창으로 안다. 서울시 공무원으로 관련 분야에 제법 오래 종사하다가 전통문화대학으로 옮겼으니, 이른바 실무와 학력을 겸비한 인재라, 향후 이 분야 연구를 더욱 활성화하리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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