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르디푸른 무덤 위 잣나무[청청능상백·青青陵上柏]
漢代에 민간에서 유행했을 노래 19수 모음인 《고시십구수古詩十九首》 중 하나로, 이것이 문헌에 문자로 맨 처음 정착한 《문선文選》에서는 그 세번째로 채록했다. 이 역시 carpe diem이라는 코드가 짙다. 제목에 들어간 능(陵)은 대별하면 山(혹은 언덕)과 무덤이라는 두 가지 뜻이 있는데, 이 시 전반에 흐르는 기조가 인생무상에 가깝고, 짧은 인생 즐기며 살자는 취지를 볼 적에는 무덤이 더 적당하지 않나 싶어 일단 무덤으로 옮겼다. 자세한 작품 해설은 서성, 《한시漢詩, 역사가 된 노래》(천지인, 2013)를 참고하기 바란다. 서성 선생은 무덤이라는 가능성을 열어두면서도, 陵을 언덕이라 옮겼음을 밝혀둔다. 그 어느 것이나 대세에 지장은 없다. 나아가 더러 옮김이 서성 선생과는 다른 대목도 있으니 함께 참고하기 바란다.
서안 春節
무덤 위 잣나무 푸르디푸르고
계곡 안 바위는 울퉁불퉁하네
하늘 땅 사이에서 난 사람이란
먼 길 가는 나그네 같은 신세
한 말 술 그대와 즐기니
많다 하고 적다하지 마시게
수레 몰며 둔한 말 채찍질하며
완현 낙양으로 놀며 즐겨봄세
낙양은 얼마나 떠들썩한지
관대 걸친 놈들 끼리끼리 찾네
큰길 양쪽엔 작은길 있고
왕후장상 대저택 늘어섰네
두 궁궐 멀리 마주하고
양쪽 궐문 높이가 백여 척
저들은 맘껏 즐기며 노니는데
우리네만 울적울적 해야겠나
青青陵上柏
磊磊澗中石
人生天地間
忽如遠行客
斗酒相娛樂
聊厚不爲薄
驅車策駑馬
遊戲宛與洛
洛中何鬱鬱
冠帶自相索
長衢羅夾巷
王侯多第宅
兩宮遙相望
雙闕百餘尺
極宴娛心意
戚戚何所迫
이 시는 가진 자들에 대한 못 가진 자들의 절규가 노골적이라는 점이 특징이라 할 만하다. 고래등 같은 집에 떵떵거리며 사는 왕후장상은 행락철이라 해서 주변 유원지로 떼 지어 몰려다니며 흥청망청 놀아제끼는데, 우리도 그리 해 보자 선동한다. 그 선동 의식은 마지막에서 더욱 직설적이라, 저들은 맘껏 놀아제끼는데 우리가 그런 모습 보면서 하염없이 부러워만 할 게 아니라, 우리도 놀아제껴 보자 하는 데서 클라이막스를 구가한다.
이처럼 악부 민가는 그것을 문자로 다듬고 정리한 사람들이야 이른바 식자층이겠지만, 그들 식자층 중에서도 중심에서 밀려나 사회 불만이 다대한 이가 다수 포진했을 것이로대, 아마도 이들이 이른바 민초民草의 심정을 대변해 저리 가사를 정제하지 않았을까 하며, 그것이 곡에 얹혀져 노래로도 불려졌을 것이다.
민가는 아무래도 표현이 직설적이다. 그런 까닭에 첩어 사용이 번다하고 직유법이 많다는 점이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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