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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뱃놀이를 했나 보다. 돌아갈 시간을 놓쳐서인지, 아니면 애초 그럴 생각이었는지 모르나, 해가 어둑어둑해지자 낙화암 아래다가 배를 대고는 그 언덕배기 고란사로 올라간다. 미리 기별을 넣었는지, 아니면 그때도 템플스테이가 있었는지는 모르나, 아무튼 절에서는 방 한 칸 내어주며 예서 유숙하라 한다.
이러니저러니 심쿵심쿵해서 기둥에 기대어 보니, 어둑해지기 시작한 저 아래로 백마강에 유유히 흘러가고, 달이 떠오르기 시작한 저 하늘엔 구름이 깔린다. 그래 그랬지. 이곳에서 그 옛날 백제가 망할 무렵, 삼천궁녀가 심청이 배 다이빙을 했다가 몰살했다지? 그 직전이었나? 소정방이가 저 아래 바위에서 말을 미끼로 끌어다가 낚시질하면서 마침내 용을 낚아버렸다지 아니한가? 그것이 백제가 망할 징조였다지 아니한가?
그 비극을 아는지 모르는지, 구름은 언제나처럼 하늘을 유영하고, 달은 언제나처럼 떴다 사라지는 일을 반복한다. 한 곡조 뽑아본다.
백마강에서 옛일 떠올리며[白馬江懷古·백마강회고]
[朝鮮] 취선(翠仙)
부여 석성산성에서 바라본 백마강
해 저물어 고란사에 배를 대고
서풍에 홀로 기둥에 기대서네
용은 사라져도 구름은 만고에 흐르고
꽃은 져버려도 달님은 천년을 비추네
晩泊皐蘭寺, 西風獨倚樓. 龍亡雲萬古, 花落月千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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