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낙 저출산 문제가 심각하니, 올 총선을 앞두고 여야가 관련 공약이랍시며 내세우며 이것으로 유권자 표심을 잡겠다 난리인 모양이라, 하긴 뭐 이 문제가 워낙에나 심각한가?
듣자니 여당에서는 아빠 출산휴가 1개월을 준다 하니, 야권에서는 신혼 부부한테 1억원을 대출한다 하고, 더 나아가 육아휴직을 자동으로 발동케 하고 인구부를 신설하겠다 하는가 하면,
육아휴직 급여 상한을 150만에서 210만원으로 올린다 하거나, 8∼17세 자녀당 월 20만원을 주겠다 하는 모양이라
비단 총선용이 아니라 해도 나는 이런 모든 저출산 대책이라는 것들이 하나를 잊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한다.
지금 젊은 세대가 출산을 두려워하는가? 아니면 다른 더 큰 이유가 도사리는가? 물론 이것이 닭이 먼저인가 달걀이 먼저인가 하는 진부한 논란일 수도 있지마는, 저와 같은 대책에서 뭔가 큰 나사 하나가 빠진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숨길 수 없다.
나는 결혼 제도 자체가 이제는 생명을 다한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을 갈수록 짙게 받는다. 출산을 두려워하거나 주저하는 것이 아니라 결혼 제도 자체를 경멸하기 시작했다는 신호로 본다.
왜 꼭 출산을 결혼 혹은 부부를 전제로 해야 하는가? 물론 요새는 이른바 싱글맘이니 싱글대디니 해서 이른바 편부모 가정에 대한 고려도 없지는 않은 듯하고, 나아가 그것이 생성되는 과정이 꼭 이혼이나 사별만 아니라 미혼 상태에서의 그것도 염두에 두기 시작한 징후를 보기는 하지만
저와 같은 공약 어디에서도 결혼을 향한 냉소하는 시각을 여야 모두 보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있다.
왜 꼭 결혼을 전제해야 하는가? 결혼 자체를 하기 싫다는데, 그에 대한 대안을 강구해야 하는 것 아닌가 싶다.
결혼 자체는 너무나 폭압적이다. 결혼이 주는 그 압박, 그 자체서 해방되고 싶은 것이 아닌가 하는 분출을 나는 본다.
저와 같은 여야간 공약이 발표되는 같은 시기 프랑스발로는 유의미한 소식이 있으니 프랑스에서도 결혼이 갈수록 줄어드는 대신 그것을 대체하는 신 모델로 시민연대협약, PACS라는 혼거 형태가 는다고 한다.
애초 이 제도는 동성간 결혼을 받침하고자 1999년 처음 도입됐지만, 막상 현재는 동성간 동거는 한자릿수로 떨어지는 대신 이성간 동거가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한다고 한다.
이 제도에 대한 내 이해가 높지는 않지만, 이는 기존 결혼 제도의 폭압성을 대체하고자 등장한 계약결혼과는 또 다른 형태라, 결혼이라는 압박 구속 대신 동거를 선택하면서 실제 세제 혜택과 같은 데서는 부부와 똑같이 한다고 하니, 이것이 새로운 형태의 동거 형태 아니겠는가?
물론 제도로 도입되기 전 이런 형태의 동거는 얼마든 있었지마는, 제도로서의 팍스는 판이하게 달라 실제 동거인에 대해 부부 같은 혜택을 주니 결혼에 견주어 상대적으로 얼마나 간편한가?
물론 이 팍스가 나중에 실제 결혼으로 이어지는 일도 많다 하니, 그런 점에서는 결혼 전 단계로서의 느슷한 pre-결혼과 같은 형식을 띠기는 하겠지만, 아무튼 결혼에 대한 그 속박으로의 탈출 경향을 분명히 보여준다는 점에서 나는 주목해도 좋다고 본다.
내가 보건대 내 세대야 모르겠지만, 결혼이 더는 속박이어서는 안 된다고 본다. 결혼은 이제 그 생명이 다했다. 아니 다해야 한다.
따라서 저와 같은 저출산 대책이라는 것들도 결혼을 배제하는 바탕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본다. 간단히 말해 결혼이라는 요소를 완전히 제거한 상태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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