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대학마다 출판을 맡은 부서가 있어서, 학교 교수의 저서나 학술적으로 의미있는 책들을 내곤 한다. 조선시대의 대학이랄 수 있는 성균관에서도 출판이 이루어졌는가? 물론이다.
이건 성균관에서 찍은 <논어집주대전>의 간기다. 병인년 4월에 거듭 찍어냈다는데, 아마 1806년이 아닐까 싶다.
그런데 이 성균관판 <논어>는 관판임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된 게 인쇄의 질이 나쁘다. 물에 한 번 들어갔다 나왔는지 종이마다 들러붙어있어 떼는 데 애를 먹었는데, 그런 보존상태를 감안하더라도 애초 목판의 각도 썩 좋지 못하고 먹이나 종이도 고급이 아니다. 간기가 없었다면 방각본인 줄 착각했을지도 모른다.
그런 책인데도 이 책의 주인은 꽤나 열심히 이것을 읽었다. 밑줄을 긋고 해석을 한글로 여백에 빼곡히 적었으며, 더러는 그것도 모자라 의문사항을 적은 메모지를 붙여가며 읽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그런 흔적이 나온다. 그 열정은 감탄스럽지만, 그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올해는 과거에 급제해야지'라고 쓴 성균관판 <중용>을 갖고 있던 적이 있다(지금은 성대 박물관에 기증했지만). 요즘 중딩, 고딩이나 학부모들이 명문대의 뱃지나 노트 같은 기념품을 사가는 것과 비슷한 맥락 아니었을까.
성균관에서 찍어낸 책으로 공부해서, 성균관에 생원 또는 진사가 되어 들어가리라는...그 소원이 이루어졌는지는 모르겠지만, 찢기고 해어졌으나마 책은 남았다.
성대 출판부나 존경각에서 성균관에서 찍은 목판본을 조사해두고 있는지 모르겠다. 어쩌면 그 뿌리라고 할 수 있는 것 아니겠는가 말이다.
*** 이상 국립박물관 강민경 선생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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