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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현장

조종업본 삼국유사 기이편, 그 기구한 운명

by taeshik.kim 2019. 8.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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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종업본 삼국유사 기이편



회수한 도난 '삼국유사', 법원이 국가귀속 결정

송고시간 | 2019-08-06 09:46

소장자, 소송으로 돌려받아야 할 상황…문화재청 "난감한 판결"


어제(5일)다. 경향신문을 보니 단독기사라며 윤지원 기자가 작성한 〈삼국유사 16년간 숨긴 장물아비 실형〉 제하 기사가 눈에 들어왔다. 


언론계에서는 이른바 나와바리 개념이 철저해 소재가 아무리 문화부 고유영역처럼 간주되는 삼국유사라 해도, 이런 사안은 문화부가 아니라 사회부 사안으로 간주하며, 그런 까닭에 이런 기사는 적어도 문화부 기자라면 먼산 구경하듯 한다. 다름 아닌 법원 판결이며, 그런 사안은 언론사 업무 분장으로 보면 이런 일을 전담하는 사회부 사안이다.  


한데 이 기사가 나로선 허심하지 않았으니, 내용을 대강 훑으니, 문제의 삼국유사가 기이起異 편篇이고, 목판본이며, 무엇을 근거로 삼았는지 알 수는 없으나, 그 인간印刊 시기를 조선왕조 개국 불과 2년 2년 뒤인 1394년으로 간주한 대목이 그랬다. 이 경향신문 기사에서도 언급했듯이, 만약 그렇다면 이 기이편은 현재까지 알려진 삼국유사 판본 중에서도 가장 오래된 축에 속한다. 


더구나 그 본래 소장자가 대전의 한 교수였다고 하니, 그가 누구인지 아리까리 잡힐 듯 말 듯 했다. 판본도 중요하고, 그 내력 역시 구미가 팍 당기는 물품이었다. 


조종업본 삼국유사 기이편



나와바리가 문화부가 아닌 까닭에 우리가 이를 따로 챙겨 기사화할 필요가 없었지만, 순전히 내 개인 관심사에서 비롯하고, 나아가 문화재라는 측면에서 이 판본이 매우 중요한 까닭에 나는 문화재 담당기자더러 문화재청 사범단속반을 통해 내가 궁금해하던 것들을 중심으로 내용 파악을 해 보라 하는 한편, 나 자신은 이런저런 통로로 이 사건 관련 판결문을 모두 입수했다. 


이 사건은 대법원까지 올라갔으므로, 1심과 2심 판결문까지 훑었다. 


이런 조사를 통해 이 삼국유사가 한국 고대사학계와 한국서지학계에서는 꽤 유명한 조종업본임을 알았다. 조종업이란 충남대 한문학과 교수로 오래도록 봉직한 고 조종업趙鍾業 선생이 생전에 보유하던 삼국유사라는 뜻이다. 한데 어찌하여 이 삼국유사 기이편이 도난당한 모양이다. 


판결문들을 보면, 이 기이편은 대전 유성구에 거주하던 충남대 문과대학 한문학과 교수 조종업(2014년 7월 28일경 사망)이 고문서를 수집하다가 1979년 무렵에 삼국유사 권2 기이편 1책(목판본 1권)을 손에 넣고 보유하다가, 1999년 1월 25일 무렵 앞 주거지에서 그의 부인이 혼자 있을 때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남성 둘이 들이닥쳐 도난당했다. 




아 사건은 대전경찰서가 전담 수사하면서 그 표지와 첫 장, 끝장 등이 포함된 보통장물표를 전국 경찰서, 한국고미술협회 등지에 배포하고 추적했지만 범인 검거에 실패하고는 2001년 1월 무렵에는 이 사건을 미제로 분류하고 만다. 


이번에 대법원 확정 판결을 통해 문화재보호법위반 혐의로 징역 4년형이 확정된 김씨는 이 강도 사건 발생 1년 정도 지난 뒤인 2000년 1월 무렵에 조종업본 기이편을 취득해 줄곧 보관했다. 


그러다가 김씨는 마침내 2015년 11월 5일 무렵, 이 조종업본 기이편을 서울에 소재하는 경매업체 ‘코베이’에다가 내놓기에 이른다. 


판결문에는 그런 내용이 없지만, 이를 내놓은 시점이 묘하다. 첫째, 그 전해에 원래 소장자인 조종업이 사망한 데다, 이 정도면 아마도 공소시효가 지났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것이 코베이 출품과 동시에 곧바로 장물이라는 의혹이 제기되고. 그리하여 결국 김씨 본인은 경매 의뢰를 자진 철회했지만, 이것이 빌미가 되어 결국 수사시관에 포착되어 문화재보호법 위반 혐의로 체포되어 재판에 넘겨지게 된다. 


이 조종업본은 조종업이 생전에 제대로 공개한 적이 없다고 알려진다. 다만, 그 복사본을 어떤 경로로 입수한 한두 연구자가 그것을 유통하면서 존재는 알려지기는 했다. 이 조종업본은 기이편 1권이고 조선초 간본으로 간주되는 까닭에 그 희귀성을 높이 친다. 


조종업본 삼국유사 기이편



다만, 이는 서지학적인 관점에서이고, 그 내용을 토대로 하는 고대사 관점에서는 이렇다 할 중요성이 없다. 1394년 간본이라 했지만, 이 간본이 그때인지는 알 수 없다. 그 판본에 나는 1394년에 찍어냈다는 흔적이 어디에도 없는 까닭이다. 다만 이 판본이 고려말~조선초기 판본임은 여러 모로 확실한 듯한데, 현재 통용하는 온전한 판본이 조선 중종 연간 이른바 정덕본正德本이라는 점에서 인쇄술사, 서시학 측면에서는 대단한 가치를 지닌다. 


그렇지만 현재 알려진 고려말~조선초 기이편은 중종 시대 정덕본과 이렇다 할 텍스트 차이가 없다. 따라서 고대사 관점에서 보면 기이편은 조선초기 판본이건 중기 판본이건 그게 그거다. 


아무튼 이런저런 곡절이 하도 많은 기이편이다 보니, 이런저런 내용 버무려 우리 문화부에서도 관련 기사 하나를 맹글어봤으니, 이 글 첫머리에 링크로 안내한 저 기사가 그것이다. 


참고로 2015년 코베이 경매 출품 당시 도난품 의혹이 인 사건을 다룬 우리 공장 기사를 첨부한다. 


2016.01.20 13:45:40

'경매 출품' 삼국유사 인쇄본, 장물 의혹 제기돼(종합)

문화재청·경찰 조사 착수…경매사 "거의 전례 없는 일"


(서울=연합뉴스) 고은지 기자 = 경매에 출품돼 화제를 모았던 '삼국유사'가 도난품이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경매회사 측은 삼국유사에 대한 경매를 즉각 중단했고, 신고를 받은 문화재청은 경찰과 함께 조사에 들어갔다.


문화예술 경매회사 '코베이'는 경매 전날인 지난 19일 삼국유사 권2 '기이편'이 도난품이라는 문제 제기가 들어와 경매를 즉각 중지하고 문화재청에 신고했다고 20일 밝혔다. 


2015년 코베이 경매 출품 당시 조종업본 기이편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 수운회관에서 열리는 경매에 출품될 예정이었던 삼국유사는 현재 보물 419-2호로 지정된 성암고서박물관장본과 동일본으로 추정된다.


삼국유사가 경매시장에 나온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가지면서 치열한 경쟁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됐다. 경매 시작가는 3억5천만원이었다.


그러나 경매 하루 전 해당 작품이 1999년 도난 신고된 '대전 삼국유사 목판 최초 인쇄본'이라는 신고가 들어와 경매가 전면 중단된 것이다.


문화재청 도난문화재정보를 보면 대전 삼국유사목판 최초인쇄본 등 13점이 원 소장자의 자택에서 도난당한 것으로 나타나 있다.


코베이 측은 원 소장자가 만든 영인본을 토대로 전문가들에게 출품작과의 유사성을 자문한 결과 도난품일 가능성이 크다는 의견을 듣고 문화재청에 정확한 사실 확인을 조사해달라고 요청했다.


삼국유사를 출품한 현 소장자는 정상적인 가격을 치르고 구매했으며 장물인지는 전혀 몰랐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문화재청은 수사당국과 연계해 현 소장자가 삼국유사를 입수한 경위와 장물 여부를 확인할 예정이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소유자 등으로부터 경매 출품된 작품이 도난된 문화재와 같은 것인지 확인해달라는 요청이 들어와 서울지방경찰청과 함께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코베이 관계자는 "경매 출품을 의뢰받으면 자체 조사와 함께 보름여 간의 공개기간을 가지고 문제가 있을만한 것은 사전에 걸러내기 때문에 장물이 나오는 경우는 거의 없다"며 "삼국유사의 경우 워낙 희귀본이고 그동안 거의 다룬 적이 없어 파악이 늦어졌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경매 전날이지만 문제 제기가 나온 만큼 즉각 경매를 중단하고 문화재청에 신고했으며 추후 당국의 조사 결과에 따라 조처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eun@yna.co.kr

(끝)


내친 김에, 문제의 삼국유사가 경매에 나왔을 때 그것을 전한 우리 공장 기사다.  



2016.01.15 10:32:38

경매에 나온 '삼국유사' 판본…시작가 3억5천만원


(서울=연합뉴스) 고은지 기자 = '삼국사기'와 함께 우리나라 고대 역사서의 쌍벽으로 꼽히는 '삼국유사' 판본이 경매에 나온다.


2015년 코베이 경매 출품 당시 조종업본 삼국유사 기이편 꺼풀. 누군가 후대에 묵서로 적은 三國遺史라는 글자가 확인된다.



문화예술 경매회사 '코베이'는 오는 20일 서울 종로구 수운회관에서 열리는 제193회 경매에서 현재 보물로 지정된 성암고서박물관장본과 같은 삼국유사 권2 '기이편'이 출품된다고 15일 밝혔다.


삼국유사는 고려 후기의 승려 일연(1206∼1289)이 고구려·백제·신라 삼국시대의 유사를 모아 쓴 역사서다.


이번 경매에 출품되는 '삼국유사'는 현재 보물 419-2호로 지정된 성암고서박물관장본과 같은 판본으로 보인다. 전 49장 중 48장은 원판에서 인출한 것이고 나머지 1장은 필사 보정돼 있다.


내용은 통일산리시대 문무왕 이후 신라 마지막 임금인 경순왕까지의 역사를 다루고 있다.


코베이 측은 '삼국유사'의 평가액을 3억∼5억원으로 추정했다. 경매 시작가는 3억5천만원이다.


경매에는 이외에도 1950∼1954년 대법원 '판결초고', 김시민 장군의 '별시문무과방목 필사본' 등이 나왔다.

eun@yna.co.kr

(끝)


그건 그렇고 이 무렵이면 내가 아직 짤리지 않았을 때고, 협박은 많이 받은 상태이긴 했지만 여전히 문화재 학술을 전담할 때인데 관련 기사는 모두 고은지 기자가 써서, 이 친구가 당시 문화재 학술 2진을 했던가 하고 의아함이 들어 그에게 문자로 문의했더니 어이없는 표정을 짓는다. 2진도 기억하지 못하냐고 말이다. 


내가 좀 미안했다. 면목도 없어 어이 상실 중인데 가만 생각하니, 복직한지 이미 2년을 콱 채운 마당에 저 친구 얼굴 한 번 본 적이 없어 "너, 나 복직하고 나서 얼굴 한 번도 안 보여줬지?" 쏘아붙였더니, "그러고 보니 그렇네요 호호호" 한다. 


역공에 성공했다. 호호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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