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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문화 이모저모

[조 수수 재배 이야기] 가을 문턱, 새색퀴들과 벌이는 사투

by 세상의 모든 역사 2024. 8.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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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에 붙어먹던 새색퀴들이 수수에가서 영글지 않은 수수를 찧어놓았다. 

사진 속 수수 이삭머리에 갈색은 수수가 익는 게 아니고 새가 찧어, 녹말 즙을 짜내 색이 붉게 변한 자국이다. 

수수에 참새떼가 들어오면 벌레랑 나방을 잡아먹는 아주 작은 선행을 하긴 하는데, 그것 외엔 죄다 악행이다.

참새는 여문 수수 알갱이는 알이 단단하고 커서 그런지 덜 먹는다.

대신 덜 여문 알갱이를 찧어 안에 녹말즙을 짜 먹는 걸 잘한다.

공격당한 자리엔 곰팡이가 쉽게 피는데, 이게 멀쩡한 이삭까지 옮겨가고, 이 덕에 수수밭은 참새에 곰팡이 병에 대환장쑈를 한다.
 

아그작아그작 새님들이 씹어돌리심

 
알곡이 여물면 그때부터 산비둘기 색퀴들 쑈가 시작된다.

평화의 새? 웃기시네.

비둘기 우는 소리가 좀 을씨년스러운데, 옛날 할머니들은 비둘기 소리를...

"기집 죽고 자식죽고 서답빨래 누가하나.." 로 들었다더라.

얼마나 짜증나면, 이렇게 표현할까..

곡식 키울 때 도움되는 건 없고, 나쁜 짓만 하는 게 비둘기다.  

그런데 어제까지 밭을 메우던 참새 비둘기떼가 갑자기 거의 안보인다.

벌판 조생, 중조생 벼에 누런 기미가 보이더니, 거기로 이사 갔나?

항상 요때쯤 새들은 귀신 같이 이동을 한다.
 


해마다, 그 난장을 벌이던 애들이 어쩜 이렇게 확 줄어드는지 신기할 지경이다.

아버지 말씀으론, 새들의 벼로 이동은 사람 흰쌀밥 좋아하는 거랑 이유가 같단다. 

맛있고 소화 잘 되고 칼로리 높으니까.

6월 1일 파종해 빨리 심은 수수는 새 피해가 조금 심하고 5일 파종해 날씨 때문에 예정일부보다 늦게 옮긴 수수는 조금 늦은 덕에 피해가 적다.

내년 수수 파종은 6월 5일 정도로 늦출까 고민 중.

조는 조생, 수수는 중조생 품종을 심었고 기장은 중만생 품종을 심었다.  

일반적인 조 기장 수수 수확 시기로 보면 기장 이삭 익는 시기가  수수보다 빨라야 하는데 기장이 만생이다 보니, 기장 이삭이 가장늦게 오르고 늦게 익고 있다.  

덕분에 기장의 새 피해가 현재로선 없다.

파종 한계일을 시험하느라  7월말 심은 조와 기장은 수북하게 올라왔다. 저 친구들까지, 가을에 먹을 수 있을까?


 
*** 
 
김포 농부 신소희 선생 곡물 재배, 특히 조 수수 재배 현황 중간 보고 중 하나다. 

새와의 전쟁, 이것이 단순히 현대의 문제인가?

당연히 신석기시대도 새와의 사투 전쟁을 벌였다. 

농업? 부업처럼 들판에다 씨 뿌려놓고 사냥하고 돌아와서 그냥 주워담음 될 것 같지?

제발 웃기는 소리 좀 그만들 하고 진짜 재배 실험 제대로 한 번 해 보고서 선사시대 농경 운운 좀 해줬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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