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한 권을 탈고했다.
영문으로 쓴 편집본이고 출판사와 계약은 아직 안 한 상태다.
아마존을 통해 영미권으로 출시할 생각이다.
아무도 안 볼 수도 있겠지만, 지난번 미라 책도 생각지도 않게 전 세계적으로 E book이 삼만 부 가까이 읽힌 모양.
이번에도 출간해 봐야 알 것 같다. 얼마나 팔릴지는.
탈고하고 서문을 쓰는데,
김부식의 진삼국사표는 정말 명문이라는 생각을 새삼 한다.
臣某言。古之列國。亦各置史官以記事。故孟子曰。晉之乘,楚之擣扤,魯之春秋。一也。惟此海東三國。歷年長久。宜其事實。著在方策。乃命老臣。俾之編集。自顧缺爾。不知所爲。中謝。 伏惟聖上陛下。性唐堯之文思。體夏禹之勤儉。宵旰餘閒。博覽前古。以謂今之學士大夫。其於五經諸子之書。秦漢歷代之史。或有淹通而詳說之者。至於吾邦之事。却茫然不知其始末。甚可歎也。况惟新羅氏高句麗氏百濟氏。開基鼎峙。能以禮通於中國。故范曄漢書,宋祁唐書。皆有列傳。而詳內略外。不以具載。又其古記文字蕪拙。事迹闕亡。是以君后之善惡。臣子之忠邪。邦業之安危。人民之理亂。皆不得發露。以垂勸戒。宜得三長之才。克成一家之史。貽之萬世。炳若日星。如臣者本匪長才。又無奧識。洎至遟暮。日益昏蒙。讀書雖勤。掩卷卽忘。操筆無力。臨紙難下。臣之學術蹇淺如此。而前言往事幽昧如彼。是故疲精竭力。僅得成編。訖無可觀。祗自媿耳。伏望聖上陛下。諒狂簡之裁。赦妄作之罪。雖不足藏之名山。庶無使墁之醬瓿。區區妄意。天日照臨。
진삼국사표에서 유명한 마지막 글귀, 雖不足藏之名山 庶無使墁之醬瓿는 김부식의 오리지날은 아니고,
한서 양웅전에 다음과 같이 나온다.
“(揚)雄以病免,復召為大夫。家素貧,耆酒,人希至其門。時有好事者載酒肴從遊學,而鉅鹿侯芭常從雄居,受其《太玄》、《法言》焉。劉歆亦嘗觀之,謂雄曰:‘空自苦! 今學者有祿利,然尚不能明《易》,又如《玄》何?吾恐後人用覆醬瓿也。’雄笑而不應。”
아이고,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더니.
김부식이 삼국사기가 장독 두껑으로 쓰일까봐 걱정한 것은 자기 책이 못났다 생각해서 그런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겠다.
요즘 사람들이 이런 책을 읽겠는가? 장독대 뚜껑으로나 쓰일 것이다, 라는 개탄의 뜻도 있는 것이니-.
하물며 필자의 신간은 그에 미치지도 못한 것임에랴!
열대 우림보호를 위해 종이책은 찍지 말까도 생각중이다.
P.S.1) 장독대 뚜껑으로 쓰이는 책은 종이책이 아니다. 한서 양웅전에 나온 글이니 아마도 죽간책이었을 것이다. 그러니 장독대 뚜껑이 되었겠지.
P.S.2) 장독대 뚜껑이라는 구절은 양웅전의 覆醬瓿이 오리지널이다.
김부식의 진삼국사표에 나오는 墁之醬瓿에서 "墁之"는 원래 무른 표면을 만져 뭔가 쓰거나 그리는 행위를 말하는 것인데,
이를 덮는다라는 뜻으로도 쓸 수 있는것인지 뭔지 모르겠다.
확신할 수 없어 글만 적어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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