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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저런

책이 두렵다, 일본서 건너온 묵직이 두 종

by taeshik.kim 2023. 7.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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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제일 겁나는 사람, 아니 더 정확히는 젤로 겁나는 일이 책 선물이라

누군가 책을 던지거나 선물하면 그리 버겁다.

가뜩이나 책 놓은지 오래라 또 체력 시력 문제까지 겹쳤으니 무엇보다 그런 책을 받은 데 대한 응분하는 맞선물은 읽는 것이지만 저와 같은 문제들로 이제는 일방으로 흐를 뿐이다.




이 양반이 카톡 전화를 배우더니 가끔씩 카톡전화를 주신다.

그제도 한국 간다며 만나기로 하고선 약속장소로 가니 아니나 다를까 책 두 종을 내놓는다.

하나는 올 3월인가? 만 70세 와세다대를 정년퇴임하면서 제자 지인들이 꾸민 논총집이요

다른 하나는 강상중 씨 이름으로 기획한 인물 시리즈 12권 중 본인이 아마 집필한 챕터가 들어간 시리즈일 듯한데 이 두 종을 툭 던진다.





그런 선물을 내미는 이성시 선생더러 난 요즘 책을 읽지 못하며 논문 안 쓴지는 십년이 넘는다 할 수밖에 없으니

이런 말을 토설해야 하는 나 역시 내가 안타깝다.

와세대대학 학장 부총장으로 말년 7년인가를 보내고 그 이후 삼년은 평교수로 돌아가 퇴직하고는 지금은 민단 쪽 도쿄 건물에 입주한 재일교포 자료관 관장으로 있다.

거긴 일주일에 한두번 나간다기에 한국쪽 협력 파트너는 나도 물색해 볼 테니 관부연락선 주제 잡아 뭐 하나 해 봤음 한다는 제안을 하니 이 영감님 솔깃이라 그 주제 좋다기에 그걸로 하나 해보자 의기투합했다.

이런저런 이야기 속내라 할 만한 것까지 나누는 사이라 많은 이야기를 듣고 많은 이야기를 했다.

개별 사람들에 관련하는 이야기야 프라이버시 문제니 논외로 치고 그는 시종 나한테 묻기를

왜 한국역사학, 특히 고대사 연구 수준이 이 모양인가? 발전은 없고 퇴보만 거듭하는가? 그러니 일본쪽 한국사 연구자들까지 본국 사정이 이 모양이니 전연 긴장감이 없어 공부를 하지 않는다.

등등이었으니

몰라요 하고 받아치고는 말다가 그래도 선생이 물었으니 내가 답하지는 않을 수 없어 한 말 개략을 추리면 이렇다.

교수들이 잿밥에만 정신이 팔려 그렇다. 중국 봐라 일본 봐라 미국 봐라 유럽 봐라 어디 교수가 어느날 장차관 되고 휴직상태로 갔다가 다시 교단에 서는 일 있던가? 온통 정치에 정신 팔려 진짜로 공부하는 놈이 없다.

공부를 하지 않으니 문제의식이 없는 거고 문제의식이 없으니 회의가 없는 거고, 회의하지 않으니 연구 또한 새로움이 하나도 없다. 나이가 젊어지면 뭐하는가? 지 선생들 하던 그것만 맴돌 뿐이다. 선생이 A라 한 걸 B라 교정하는 수준이다.

요새 나오는 잡지들은 제목만 보고는 던져버린다. 어느 하나 새로운 접근이 없기 때문이다.

돌파구가 없으니 언제나 목간이니 하는 문자자료 꽁무니만 쫓아다닌다. 왜? 그건 신출이라 뭔가 새로운 얘기를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착각 때문이다.

목간? 것도 한때는 신선했으나 지금은 동맥경화다. 더는 새로운 얘기도 없다. 곡물 한 말을 납품했네 어쩌네저쩌네 맨 그런 소리 뿐이다.

연구는 의자에 진득이 앉아 씨름하는 데서 나온다. 오늘 출현한 목간에서 나오지 않는다.

어느 학회서 하계 세미나를 하는 모양인데 주제가 한국 고대의 전쟁인가 머시긴가 보더라. 언제까지 저런 고리타분한 주제를 붙들고 늘어진단 말인가?

한국역사학은 시민이 버린 것이 아니라 변화가 없는 지들이 스스로 걷어찼을 뿐이다.

이런 요지였다.

동경에서 만나기로 하고 우산 쓴 그를 배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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