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편위원장에 임명된 유영익 선생.
난 괜찮은 역사학도라 보지만 좋다고는 평가하고 싶지 않다.
이승만 연구에서 사료의 중요성을 일깨운 점은 이를 게을리하면서 프라퍼갠더를 일삼는 일군의 역사학도와는 분명 차별이 있다.
분노의 역사학 나는 경멸한다.
하지만 사료를 무기로 이승만을 추앙하는 그를 나는 동의하지 않는다.
유영익이 오직 나에게 그런대로 괜찮은 역사학도인 까닭은 신념에 초지일관하기 때문이다.
이승만에 대한 저런 시각도 나는 필요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내가 생각하는 역사학은 윤리학이 아니다.
그가 국편위원장장에 임명되었다는 소식을 접한 2013년 9월 23일 나는 저와 같이 적었다.
무슨 사정이 있었는지, 지난 26일 타계했지만 그 소식이 조금 늦게 전해진 그를 몇 번 마주할 기회가 있었으니, 까마득한 그 시절로 거슬러 올라가면,
내가 모교 연세대를 기자로 출입하던 그 시절 그는 이승만 전업 연구를 표방한 현대한국학연구소라는 단체를 연세대에 차리고는 그 소장으로 재직 중이었으니, 그 사무실로 찾아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당시 이화장인가 소장 중이던 이승만 자료가 대거 연세대로 넘어왔던가? 아니면, 그걸로 대규모 프로젝트를 진행하던 무렵인가로 기억한다. 이후 서너번 스치듯 마주쳤으니, 그때 받은 인상은 이 양반은 천상 선생이라는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역사학도로 저와 같은 연구에는 야망이 있었을지 모르지만, 그렇다고 그것을 기화로 삼는 다른 정치야망이 있었다고는 생각하고 싶지도 않고, 그냥 평생 책과 문서와 씨름하는 딱 그런 선생이라는 인상이 너무 강했다. 이미 당시에 상당한 연배에 이른 까닭도 있었겠지만, 그는 참말로 평정심을 잃지 않는 사람이었다. 그러니 인간미? 라고 할 만한 재미가 있었겠는가?
한국근현대사는 성향으로 보면 이른바 좌파 일색이지만, 또 그 좌파라고 하는 관점이 결국은 이승만과 박정희를 어떻게 바라보느냐 하는 관점에서 극명하게 갈라지지만, 그런 가운데서도 저들을 매우 혹은 어느 정도 긍정으로 평가하고자 하는 역사학도 일군이 있으니, 이상하게도 정통 역사학이라 할 만한 데서는 그렇게 분류할 사람은 없다.
다만 이른바 역사학 정통을 벗어나 인접 전공으로 가면 사정이 조금 달라지는데, 정치외교학이 그 진원이라 할 만하다. 통일부 장관에 지명된 성신여대 교수 출신 김영호는 서울대 외교학과 출신으로 성신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를 오래도록 지냈다. 내친 김에 그를 두고 이른바 진보좌파계열에서는 극우로 몰지만, 그가 이른바 우파 성향인 것만은 분명하나, 그는 극우로까지 일컬을 정도가 아니며 내가 아는 그는 지극히 평범하고 지극히 합리성을 구비한 사람에 지나지 않는다.
유영익 선생 또한 서울대 문리대 정치학과 출신이다. 미국 휴스턴대 역사학과 조교수 부교수를 지내다가 고려대 문과대 사학과 교수가 되고, 이어 한림대 사학과 교수를 거쳐 연세대 현대한국학연구소장을 지냈다.
특히 저 연구소장 재직 시절 그의 가장 큰 공로는 이승만 자료 정리라 할 것이다. 그 성과가 구체로 어찌되는지는 지금 내가 파악이 곤란하나, 그는 누군가는 해야 하지만 섣불리 하기 힘든 그 일에 착수하고 적지 않은 성과를 냈다고 기억한다. 윤치호일기 탈초 번역도 아마 그가 관여하지 않았나 기억한다.
그는 천상 학자이면서 역사학도다. 무지막지 성실한 그런 연구자다. 국편위원장을 감투라 할지 모르겠지만, 또 그 자리가 정치 바람을 많이 타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가지 말아야 할 자리는 아니었으니, 그런 점에서 그는 끝까지 학자로서의 길을 지켰다고 본다.
***
지금 과거 내가 쓴 관련 기사들을 검출하니, 저 연구소는 소장이 아니라 당시 그는 연세대 석좌교수 신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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