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래 인천 장수동 은행나무를 갈 작정이었다.
반계리를 염두에 두지 않은 건 아니나 거리가 멀고 많이 봤으며 이미 관광지화하는 바람에 범벅일 거라 생각하고는 접고는
대신 그에 비견하는 장수동으로 틀까 하며 내비를 찍어보는데
28키로에 한시간 십분이 걸린단다.
인천가는 길이 엄청 막히는 모양이라 이 역시 단념하고는 성균관으로 향했다.
집앞에서 151번 버스를 이용하면 금방이라 가는 길에 놀란 점이 두어 가지라
첫째 버스에 승객이 너무 많아 이게 웬일인가 했으니 서울 사람 다 쏟아져 나오지 않았다 싶다. 갑갑했겠지.
옆자리 할매가 손녀 데리고 타서는 연신 안팎 바라보며 이리 풀어놨다간 확진자 쏟아질텐데 넋두리라 그 말을 듣고는 어찌나 웃음이 나오든지
그러는 당신은 손녀 데리고 어디 마실 가는 모양과 심한 아날로지가 있었기 때문이다.
둘째 그 버스 지나는 길목에 창덕궁 창경궁 정문을 지나는데 보니 표를 끊으려 선 줄이 아나콘다보다 길었다. 열라 나왔다. 마침 단풍 절정이라 오늘이 지나면 다시 일년을 기다려야지 않겠는가?
버스 내리니 대학로 성대 앞길 젊은이로 시끌벅쩍이라 아! 끝났구나 싶었다.
성균관은행단풍도 글렀구나 싶었다. 그러면서도 사람 많으면 많은 대로 그 풍경을 담으면 되니깐 말이다.
막상 들어서니 그랬다. 작년까지만 해도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엄청 많다.
더 웃긴 건 종래엔 보지 못한 포토존이 생기고 그 포토존을 기다리는 줄이 아나콘다보다 길었다.
첨엔 사람들이 왜 이리 줄을 섰냐 했더니 순간 황남대총 목련이 떠올라 앞줄 젊은 처자 골라 묻기를 사진 기다리는 거냐 했더니 그렇다는 말을 듣고는 파안대소하고 말았다.
이 줄이다.
저짝 뒤안 축대 위를 배경으로 삼삼오오 기념 컷 담느라 줄을 섰단다.
성균관엔 앞채 뒤채 마당에 각각 은행나무 노거수 두 그루씩 도합 네 그루가 우뚝한데 뒤채 공자 사당 쪽 쌍 그루가 상대로 더 늙었으니 저 은행나무는 이미 용재총화에 보이는 그 나무라 그 연원이 깊다.
앞채 두 그루는 담장과 인접한 지정이라 그 선 몰골은 천상 사찰의 금강역사 한 쌍 그것이라 사람 범벅인 뒤채 잠시 피하고선 앞채 서성이는데 젊은 처자 한 쌍이 폰으로 서로 찍어주며 희희낙락이라
가만 보니 제대로 촬영을 못하는 듯 해서 몇 마디 던졌더니 폰을 각중에 쑥 내밀면서 하는 말이 피전 코리언이라 대뜸
니혼진?
하니 그렇다며 배시시 웃더라.
이짝 처자나 현해탄 저편 너머 처자나 매양 사진을 찍으려면 카메라로부터 멀어지려는 욕망이 있어 자꾸만 저짝 은행나무 밑으로 몸뚱이를 물리치는지라 손짓으로 계속 앞으로 다가서라 했더니만 주춤주춤
하는 일본말 들으니 가까이 박히면 안 이쁘게 나온다는 요지였으니 으하하 어째 그 심리는 한일이 똑같냐 하고는 연신 웃고 말았다.
저 처자들 아닌가 싶은데 저리 나무 아래로 박히면 어쩌란 말인가?
이 문묘 내부엔 실은 홍단풍 두어 그루와 청단풍 두어 그루가 있다.
나는 은행단풍과 어우러져 그들이 빚어내는 묘한 대비를 좋아한다.
저 앞짝에 첨부한 그것들이 포착한 그 장면들 말이다.
특히 청단풍이 그래서 언제나 나는 노랑 은행 단풍 백댄서 삼은 저 대비를 박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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