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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미산 연무
한시, 계절의 노래(180)
가을비 2수(秋雨二首) 중 둘째
송 장뢰 / 김영문 選譯評
시든 버들잎 흩어질 때
매미 이미 사라졌고
황엽 속에 문 닫은 곳
바람 불고 비가 오네
도연명은 돈이 없어
취하기도 어려움에
대나무 창에 정오 지나
책 베고 잠이 드네
離披衰柳已無蟬, 黃葉閉門風雨天. 陶令無錢難得醉, 竹窗過午枕書眠.
농사에 아무 도움도 되지 않는 가을비가 내린다. 지금은 마지막 결실을 위해 쨍쨍한 가을 햇볕이 필요할 때지만 하늘은 무정하게도 시도 때도 없이 비를 뿌리고 있다. 올 여름 불볕더위가 기승을 부릴 때는 비 한 방울 내려주지 않다가 정작 비가 필요 없을 때는 이처럼 길게 우천(雨天)을 지속한다. “천지는 불인하다(天地不仁)”란 말을 실감한다. 세찬 옆구리 소리(매미는 목으로 울지 않는다)로 여름 하늘을 뜨겁게 달구던 매미도 거의 모습을 감췄다. 겨우 목숨이 남은 몇 마리도 노쇠하고 잔약한 울음으로 가을비의 쓸쓸함을 더해줄 뿐이다. 시인은 소인배들이 판치는 세상에 도연명처럼 사표내고 귀향했지만 눈앞에 닥친 건 생계 문제다. 취하고 싶어도 술 마실 돈이 없으니 어쩌랴? 이 각박하고 험한 세상에 술 한 잔 사주는 친구도 없다. 손바닥만한 땅 뛔기 일구다가 그 일 금방 끝나면 책을 읽고 글을 끄적거린다. 그것도 지겨워지면 하릴 없이 책을 베고 낮잠이나 청할 뿐... 불인한 천지에는 여전히 아무 쓸 모 없는 가을비가 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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