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아파트로는 최고령으로 평가되는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3가 충정아파트를 얼마전 외관만 훑어봤다. 차를 몰고 가는 바람에 주차할 적당한 데를 찾지 못해 후다닥 외관만 찍었다.
전하기로 철근콘크리트인 이 아파트는 서울시건축대장 기준으로는 준공 시점이 1937년이라 하지만 1932년에 완공됐다는 기록도 보인다고 한다.
언뜻 보기에도 녹록치 아니하는 연륜이 묻어난다. 이상한 점은 유독 인근에 저와 같이 노후한 아파트가 많다는 사실이다.
정확한 위치야 지도를 참조하면 될 것이로대 그 대로 맞은편에 동아일보 충정로 사옥이 위치하며 같은 도로변에 종근당 본사가 있다.
대로변인 데다 언제 칠했는지 모르는 시푸루딩딩 뺑끼칠이 유별나게 눈에 띈다.
주차할 지점을 물색하지 못해 차를 세우고는 건물 외벽만 찍었다.
육안으로도 적지 않은 연식이 완연했으니 창문은 거진 반이 깨진 상태이며 1층을 제외하곤 사람이 기거하는 흔적이 없는 귀신 집이요 wuthering heights였다.
애초 첨단을 자랑했겠지만 지금은 을씨년스럼과 동의어인 Gothic building에 다름 아니다.
듣자니 식민지시대엔 건립자 도요타 다네오豊田種松 이름을 따서 '도요타아파트'라 했다가 1970년대에 '유림아파트'로, 그 이후엔 지금의 '충정아파트'로 바뀌었단다.
본래 4층이었다가 한 층을 더 올린 모양이다.
성희롱에 휘말려 스스로 세상을 단절한 박원순이 서울시장 재임 당시 지역 유산을 지킨다며 보존한다 했다가 세상이 바뀌어 오세훈 시대가 되자 뭉개버리기로 했다.
혹자는 한 시대의 증언이 사라지는 일이 애잔하리라.
하지만 신축을 대체할 뾰죽한 방안도 없이, 혹은 그걸 후세에만 맡기는 무책임으로 역사성만을 내세워 언제까지 연명치료로 버틸 순 없는 노릇이다.
애잔하다 해서 붙잡아둘 수만은 없다.
때려부술 건 과감히 때려부수어야 한다.
'ESSAYS & MISCELLANIES' 카테고리의 다른 글
비단 같은 자귀나무 꽃 (1) | 2022.06.25 |
---|---|
쌀독이 만드는 기억과 역사 (1) | 2022.06.25 |
Three cases in which archaeological excavations are welcomed (1) | 2022.06.21 |
考古学発掘が歓迎されるの3つ (1) | 2022.06.21 |
군자삼락君子三樂 득천하영재得天下英才 (1) | 2022.06.19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