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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S & MISCELLANIES

쌀독이 만드는 기억과 역사

by taeshik.kim 2022. 6.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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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창극씨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친일성향이라 해서 열라 얻어터지더니, 이번에는 그의 조부가 독립유공자라 해서 또 토픽이다. 그의 조부가 독립유공자인가 아닌가 논란 중인 것으로 안다만...한데 압도적인 반응이....

"지 할배가 누군지도 모르는 등신"

이란다.

미안하지만, 나는 문씨를 옹호할 생각이 없지만(그렇다고 내가 이런 사태 전개를 좋게 본다는 뜻은 아니다), 가만 보니 내가 아버지, 할아버지에 대해 아는 것이 무엇이냐 돌아봤더니 아는 게 없더라.

난 친할아버지 함자도 기억나지 않는다. 아버지는 작은아버지한테 양자로 들어갔다. 그리하여 가계 리니지가 큰집에서 마침내 갈라져 나왔다. 큰집에서는 친할아버지를 제사하지만, 나는 나에게는 작은할아버지를 제사한다.

언제인지 모르지만, 호적초본인지 등본인지를 떼어보고는 할아버지 함자를 확인했고 태어난 해도 확인했다. 보니 할아버지는 1896년생이다. 더 정확한 자료는 족보를 봐야 하지만, 당시에는 우리집에 족보도 없었다.

하지만 더 들어가 할아버지가 어떠한 분이셨는가? 나는 아는 바가 없다. 내 기억에 서너살 때 돌아가셨다. 그때는 할아버지 방에서 같이 잤지만, 그 이상도 그 이하도 도대체가 기억에 없다.

기억도, 역사도 쌀독에서 만들어진다.

내가 지금이라도 내 가족사를 그나마 정리해서 아들놈한테 알려주려 함은 이런 고통과의 전투다.

(2014. 6. 24)

***

8년 전에 쓴 글인데 문맥 보니 당시 중앙일보 언론인 출신 문창극씨가 국무총리인가로 지명되었다가 여러 논란에 휘말려 낙마할 무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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