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로마제국 수도 로마를 시대 배경으로 삼은 근작 영화로 《글래디에이터(Gladiator)》(2000)만큼 성공한 작품은 없다. 물론 이와 유사한 소재를 택한 영화로 그 이전에 스탠리 큐브릭(Stanley Kubrick)이 메가폰을 잡고, 마이클 더글러스(Michael Douglas) 아버지인 커크 더글러스(Kirk Douglas)가 주연한 《스파르타쿠스(Spartacus)》(1960)니, 머빈 를로이가 감독하고 로버트 테일러(Robert Taylor)와 데보라 카(Deborah Jane Kerr), 그리고 피터 유스티노프 (Sir Peter Alexander Ustinov)가 출연한 《쿠오바디스(Quo vadis)》(1951)니 하는 이가 있지만, 근작들과 2000년대 이전 작품을 가르는 가장 굵은 선은 뭐니뭐니 해도 압도적인 컴퓨터 그래픽(CG)의 위용이라 하겠다.
글래디에이터 한 장면
이 《글래디에이터》가 역사학계에 던진 충격파도 만만치 않은 듯하다. 누구의 어느 책인지 지금은 기억에 없으나, 세계 고대 로사마학계를 대표하는 거물 중 하나가 쓴 어느 로마사 개설서를 보니, 이 영화를 주요 등장인물로 삼고는 그에서 등장하는 고대 로마가 실상과 부합하느니 마느니 하는 이야기를 장면을 보고는, 아! 이 영화가 고대 로마제국을 소비하는 현시대에서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지를 절감했다.
요즘도 더러 각종 영화채널을 통해 주로 설날이나 추석 연휴와 같은 황금시간대에 줄기차게 재방하는 것을 보면, 국내에도 미치는 파급이 큼을 본다. 그만큼 잘 만들었다는 뜻이기도 할 터이거니와, '압도적인 스펙터클'이라는 말이 이 영화에도 적용되거니와, 그 힘이 압도적인 CG에 있을 것임은 불문不問해도 가지可知하다.
영화는 로마제국 시대 실존 인물들인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와 코모모두스 두 황제를 시대 배경으로 삼고, 이들을 등장인물로 불러내서는 모략에 따라 검투사로 전락한 로마 장군 막시무스를 주인공으로 삼아 장대한 스케일의 이야기를 펼쳐간다. 영화가 배경으로 삼은 데는 여러 곳이지만, 이를 관람한 거의 모든 관객이 오직 한 군데만 기억하니, 그곳이 바로 콜로세움이다.
이 콜로세움에서 막시무스는 아버지 아우렐리우스 뜻을 어기고 모략으로 권력을 잡은 황제 코모두스를 처단하고, 그 자신 역시 장렬한 최후를 맞거니와, 영화가 시종해서 내세우는 정치관은 공화정이다. 그런 점에서 이 영화는 고대 로마제국을 빌려오긴 했지만, 공화정을 홍보하는 정치 선전 영화이며, 그런 점에서 이 영화 지향적인 미 제국주의와 맞닿는다.
영화는 그 장면을 내세우진 않았지만, 영화에 등장하는 콜로세움은 여타 전형적인 헐리웃 영화에서 흔히 그 피날레를 장식하는 성조기 배경으로 삼은 뉴욕 자유의 여신상이다. 이 자유의 여신상을 고대에 투영한 것이 바로 콜로세움인 것이다.
한데 꼭 《글래디에이터》가 아니라 해도, 다른 영화나 도큐멘터리 등을 통해 익숙한 그 콜로세움이 막상 우리가 마주하는 유럽 대륙 이탈리아 반도 중부 로마에서 21세기에 마주하는 그것과는 사뭇 다르다는데 우리의 당혹함이 스멀스멀 기어올라온다. 도대체 어찌된 일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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