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 계절의 노래(169)
무후 사당(武侯廟)(사당은 백제성 서쪽 교외에 있다<廟在白帝西郊>)
당 두보 / 김영문 選譯評
남은 사당에
단청은 퇴락
텅 빈 산엔
초목만 가득
후주를 떠나는 소리
들려오나니
다시는 남양 땅에
눕지 못했네
遺廟丹靑落, 空山草木長. 猶聞辭後主, 不復臥南陽.
사천 성도 무후사
중국 남양(南陽), 성도(成都), 양양(襄陽), 기주(夔州) 등지에 모두 제갈량 사당이 있다. 이 시에 나오는 제갈량 사당은 기주에 있는 고묘(古廟)다. 옛 백제성 서쪽 교외로 지금은 충칭시(重慶市) 펑제현(奉節縣)에 속한다. 백제성이 어떤 곳인가? 촉한 선제(先帝) 유비가 세상을 떠난 곳이다. 유비가 세상을 떠난 곳에 자리한 무후사(武侯祠)이므로 한층 더 비장하고 엄숙하다. 유비의 삼고초려(三顧草廬)에 응하여 남양 땅을 떠나올 때 제갈량은 다시 돌아올 수 있으리라 생각했을까? 아마 그 떠남이 마지막인 줄 알고 있었으리라. 역사에는 공자처럼 “안 되는 줄 알면서 행하려는 사람(知其不可而爲之者)”들이 있다. 제갈량도 그런 사람 중 하나였다. 유비, 관우, 장비, 제갈량, 조자룡 등 모두 우리 이웃 집과 이웃 마을에 살던 평범한 이웃사촌이었다. 그들이 의리 하나로 뭉쳐 새 세상을 꿈꿨다. 유비는 원통하게 세상을 떠나면서 제갈량에게 자신의 아들 유선이 변변찮으므로 직접 보위에 오르라고 권했다. 그러나 제갈량은 어린 임금을 배반하지 않았다. 그가 북벌에 나서며 어린 임금에게 올린 「출사표」는 천고의 명문으로 사람의 심금을 울린다. 그는 대군을 이끌고 북벌에 나섰으나 결국 돌아오지 못하고 오장원에서 세상을 떠났다. “출병하여 승리하지 못하고 몸이 먼저 죽었다.(出師未捷身先死)” 우리와 우리 이웃의 꿈은 그렇게 끝이 났으나 그건 끝이 아니라 영원한 시작이었다. 두보는 퇴락한 사당에서 꿈결처럼 들려오는 제갈량의 『출사표』 낭송 소리를 들었다. 제갈량은 끝내 남양 땅으로 돌아가지 못했다. 우리는 무엇을 위해 천지사방을 치달리는가? 우리는 언제 고향 땅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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