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우리 공장에서 발행한 팔당호 쓰레기 수거 장면 중 하나다. 폼새 보니 쓰레기를 한쪽에 일부러 몰아 놓아 생긴 현상은 아닌 듯하다.
이 쓰레기가 모인 데가 정확히 팔당호 어느 지점인지 모르지만 아마도 물이 흘러나가는 쪽이거나 맴돌이 현상이 있는 데일 것이다.
저수지나 연못을 보면 유독 쓰레기가 잘 모이는 지점이 있다. 바로 이런 데서 고대 유물 중에서도 목간木簡이 집중 발견된다.
한반도는 대체로 토양이 산성, 것도 강산성이라 유기물질 보존환경에는 쥐약이거니와 그럼에도 목간을 비롯한 목제 같은 유물이 집중 출토하기도 하는데 예외없이 연못이나 저수지 같은 뻘흙이다.
물론 바닷속도 다르지 아니해서 서남해안 해저는 보존환경이 상대로 아주 좋은 편이다.
여긴 화랑문화재연구원이 조사한 대구 팔거산성 연못이라, 저에서도 신라시대 목간이 더러 나왔다. 그 출토 지점을 내가 정확히 기억하지 못하는데 각설하고 저런 작은 연못에서 폐기한 목간은 무질서하게 나올 듯하지만 대체로 특정한 지점에 집중하는 양상을 보인다.
목간이 나무라 물에 둥둥 떠나니다가 어느 지점에 고정했다가 가라앉아 매몰되는 까닭이다.
저 팔당호로 옮겨가면 쓰레기가 쌓인 저 지점이 훗날 유물이 집중 출토하는 지점이 된다. 어떤 이유로 저수지나 연못에 물이 쏵 빠지면서 쓰레기가 그대로 가라앉았다가 매몰하고 그 뒤에 다시 물로 덮히는 양상이 빚어낸 아이러니다.
물론 대부분의 유물은 다 휩쓸려 내려간다. 홍수가 나거나 해서 다 휩쓸려 내려가서 어딘가에 쳐박혔다가 썩고 만다.
팔당호를 보며 또 하나 생각할 점은 그때도 준설하고 쓰레기를 건져냈을 것이란 대목이다. 가끔 미꾸라지 잡아먹는다고 물을 빼지 말란 법도 없다.
지난 봄 극심한 가뭄에 전국 저수지가 바닥을 드러냈다. 그 바닥 어디가 쓰레기가 침전했는지를 살펴보는 일도 썩 도움이 될지 모르겠단 생각을 쩍쩍 갈라진 바닥을 보며 생각했다.
유물 보존환경 얘기가 나온 김에 이집트나 메소포타미아가 선진문명을 자랑했다고? 내 보기엔 웃기는 소리다.
유물유적 보존환경이 좋은 데서 비롯하는 착시현상에 지나지 않는다. 년중 비 한 방울 오지 않는 저런 사막지대는 사람이 죽어도 새가 뜯어먹지 않는 이상 내장만 쏵 꺼내면 그대로 건어물이 되어 버리고 직물도 어제 만든 것처럼 생생하다. 그 생생함이 그 문화를 고도로 보이게 할 뿐이다.
반대로 내가 돌아다녀본 아일랜드나 영국을 보면 전연 반대라 이짝은 온통 습지라, 그 역시 보존환경이 좋아서 뻘흙에 묻히는 바람에 2천년 전 목매달라 죽인 시체가 생생하다.
목재 위주의 문화를 구축한 한반도는 저주받은 기후지대라 살아남은 것이 드물다. 더구나 목조건축물은 쏵 걷어버리고 새로 새우는 일이 허다하다. 또 저주받았기에 홍수가 났다 하면 마을 하나가 몽땅 사라진다.
태풍 매미 때 그 적나라한 양상을 보며 나는 고고학이 사기임을 절감했다. 동네가 사라졌다. 강물이 바뀌고 지도가 바뀌더라. 흔적도 없이 다 쓸려내려가더라. 훗날 그곳을 발굴하면? 사람이 살지 않은 곳이라는 결론밖에 더 나오는가?
고고학 건축학이 물질을 기반으로 삼는 학문? 웃기는 소리다. 그건 슐레이만 시대 얘기고 물질 너머를 탐구하는 학문이 고고학이며 건축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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