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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훈의 사람, 질병, 그리고 역사

평양고보 이야기

by 초야잠필 2023. 6.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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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조선의 공립 고등보통학교 교표에 있는 선의 의미를 설명했다. 

필자가 보기엔 사실 조선의 고보 교표의 선- 경성고보, 평양고보, 대구고보에 들어가 있는 선의 숫자는 공식적으로 이 고보의 이름이 1고보, 2고보, 3고보가 아니었기 때문에 다분히 일본의 고등학교 (넘버스쿨)의 교표를 참조한 것 아닌가 싶다. 

교표에 들어간 "고"자도 마찬가지다.

사실 고보는 중학과 마찬가지로 중등교육기관이기 때문에 같은 수준의 학교이지만 (오히려 고보가 중학보다 낮다고도 할 수있다) 교표에는 "고"자를 박아 놓았다.

이런 여러 가지 상황이 일제시대의 "고보"를 우리가 "고등학교"로 착각하게 하는 이유가 된다고도 할 수 있다. 

여담인데 위 평양고보는 나중에 정말로 "평양제2중학"이 되어 버렸다.

1937년 3차 조선교육령이 발효되면서 이전의 고보를 모두 중학으로 바꾸면서 일원화해 버렸는데 이때 평양고보는 "평양제2중학"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그런데 이 "제2중학"이 경성고보 (이때 경성고보도 경기중학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때문에 받은 이름이 아니라, 

평양에 있던 일본인 학교 "평양중학"이 평양제1중학이 되고 평양고보가 평양제2중학이 되어버린 것이다. 

조선의 두번째 고보라는 자존심 충만한 평양고보생들은 이때 상당한 불만이 있었던 모양으로 평양중학의 뒤를 이어 평양2중학이 된다는데 불만을 품고 교표에 보이는 2선 중 하나를 지워버리면서 항의했다는 이야기가 그 당시 신문에 나온다. 

평양고보 측 주장은 이쪽이 먼저 생겼는데 왜 평양중학이 1중이 되고 이쪽이 2중이 되냐는 것. 

비슷한 상황은 경성1고보와 2고보에도 벌어졋는데 앞에서 보듯이 고보가 중학으로 바뀌면서 보니 이미 일본인들이 다니던 경성중학이 있었던 것.

이쪽에서는 아예 경성1고보는 경기중학으로, 경성2고보는 경복중학으로 이름을 바꿔 버렸다.

이 이름은 아직까지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왜 서울에 있는 경기고가 "경기고"인가? 

그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아 한 가지 더. 

경복고등학교 교표는 다음과 같다. 


여기도 2선이 있다. 그런데 왜 2선의 위쪽은 얇고 아래는 두꺼울까? 

경복고등학교는 원래 일제시대에 경성고보에 이어 조선인의 두 번째 경성 지역 고보로 만든 학교였다. 

그래서 이름도 "경성제2고보"가 되어 교표에 선을 두개 그으려 했는데, 

자긍심 강한 평양고보에서 강력한 항의가 있었다고 한다. 

두 번째 고보는 우리이기 때문에 2선을 쓸 수 없다고. 

그래서 경성제2고보는 2선의 모양을 고쳐 위는 얇게 아래는 두껍게 고쳤다는 것이다. 

그 경성제2고보의 2선이 지금도 경복고등학교 교표에 남아 있는 것이다. 

평양고보가 없어지지 않고 아직 남아 있다면 전설적인 헤프닝을 더 많이 만들었을 것 같은데 아쉽다. 
 
P.S.1) 해방이후 북한 정권과 평양고보 졸업생들은 사이가 무척 안좋았는데 그 이유가 북한정권이 저 교표의 2선을 떼라고 해서 대판 붙었었다는 거짓말 같은 이야기가 있다. 정말 그랬을까 싶지만 평양고보 교표 2선에 얽힌 이야기들을 보면 웬지 사실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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