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규하 전 대통령과 함석헌 선생.
이른바 박정희 시대에 서로 반대쪽에 위치해 좀처럼 접점이 없을 것 같은 이 두 양반은 공통점이 있다.
바로 두 사람 모두 동경고등사범 출신이라는 점이다.
동경고등사범은 조선에 있던 사범학교와 다르다.
조선의 사범학교는 모두 보통학교 학생을 가르치는 교사를 양성하는 기관으로 보통하교 6년을 마치면 진학한 기관이고,
고등사범은 중학교 혹은 고보를 졸업해야 진학 가능한 고등교육기관이었다.
재학 중 모든 경비는 국가 부담이고 교육기간은 4년으로,
일본 측 기록에 의하면 사실상 이 고등사범은 당시 일본 교육의 중심이라 하고 있다.
이 학교는 일본 육사와 비슷한 점이 많다.
두 학교 모두 중학교나 고보를 졸업해야 진학하는 고등학교 과정이었다는 점,
그리고 두 학교 모두 4년제로 전액 국비 무료였다는 점,
졸업하면 한쪽은 일본 군부의, 다른 쪽은 일본의 교육계를 사실상 주름잡았다는 점에서 그렇다.
두 학교 모두 군기가 세서 선배들의 후배 구타가 일상적이었다고 한다.
고등사범은 일본에도 딱 네 군데 있었는데 당연히 조선에는 없었다.
그 중 가장 유명한 데가 동경고등사범으로 여기는 진학이 쉽지 않았던 곳으로 알고 있다.
이 학교가 어느 정도로 유명했냐 하면 최규하의 경우 경성제대 예과와 동경고등사범 두 군데를 합격했는데 동경고등사범을 택했다는 데서도 그렇다.
반면 함석헌은 이 학교가 맘에 안 들었던 모양으로 차라리 일반 대학을 갔었어야 한다고 후회를 많이 했다고 한다.
최규하 프로필은 :
원주보통학교 (1928-1932)-- 경성제일고보 (1932-1937)-- 도쿄고등사범학교 (1937-1941)
한 치 어긋남도 없는 프로필로 보통학교 때는 월반하여 4년만에 졸업했다고 한다.
최 대통령은 대통령으로서는 모르겼지만 공무원으로서는 최고의 수재였다고 하던데 그 말대로였다 하겠다.
함석헌 프로필
덕일학교(德一學校), 양시공립보통학교(楊市公立普通學校) (1916년)-- 평양고보, 오산학교 (1923)-- 동경고등사범학교 (문과 1부) (1924-1928).
박정권 이후 그의 정치적 행보를 고려하면 일제시대 1920년대 동경고등사범 졸업은 어째 잘 어울리지 않는 경력 같기도 하다.
'신동훈의 사람, 질병, 그리고 역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일제시대의 지식인: [18] 백인제와 [19] 장기려 (0) | 2023.06.07 |
---|---|
욕이 반인 일제시대 논문 (0) | 2023.06.07 |
일제시대의 지식인: [14] 이희승과 [15] 박철재 (0) | 2023.06.06 |
평양고보 이야기 (0) | 2023.06.05 |
윤동주 : 3년반 만에 마친 연희전문 (0) | 2023.06.05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