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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훈의 사람, 질병, 그리고 역사

폴리네시안.. 그 닭은 어디서 왔나?

by 초야잠필 2022. 10.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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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세동점의 시기. 

백인들이 놀란것은 태평양 어느 섬을 가도 사람들이 바글 바글 하다는 것이었다고 한다. 

그 당시도 항해하기 힘든 원거리를 도대체 어떻게 이들은 그 넓은 바다를 건너 태평양 섬들에 사람을 채웠을까. 

필자는 폴리네시안들의 태평양 여러 섬의 식민이야 말로 인류역사상 가장 위대한 모험이었다고 생각한다. 

디즈니 만화 중에 "Moana"라는 영화가 있다. 폴리네시안의 전승을 토대로 만들었다는 만화. 

여기에는 주인공 모아나를 따라다니는 사이드킥으로 좀 맹한 닭 "헤이헤이"가 나온다. 

헤이헤이는 폴리네시안 어로 닭이라는 뜻이라던가. 

헤이헤이. 모아나에 나오는 원주민들의 닭이다. (나무위키)

그런데-. 

하와이건 괌이건 태평양 어느 섬에라도 출장이든 여행이든 가본 분들은 아시겠지만, 

이 섬에는 닭들이 가득하다. 사육되는 닭이 아니고, 야생닭처럼 사람이 키우지 않아도 알아서 뛰어 다니며 먹고 산다. 

나는 이 닭을 처음 보았을때 사육되던 닭이 탈주하여 야생닭으로 살고 있는 것인지 알았다. 이런 종류의 개체를 동물학에서는 "feral"이라고 부른다. 예를 들어 "feral horse"하면, 원래 사육되던 말이 도주하여 야생으로 살아간다는 뜻이다. 북미대륙의 야생마를 머스탱 (mustang)이라 부르는데 이 머스탱이 feral horse의 대표적 사례이다. 

북미대륙의 머스탱. 야생말이라 번역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야생말이 아니고 사육하던 놈이 탈주하여 야생화한것이다 (위키피디아)

그런데 최근 관련 논문들을 읽다가 필자는 폴리네시아 섬들에 사는 닭들이 feral 이 아니라 야생종이라는 주장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물론 그 중에는 백인들이 가지고 들어온 사육종의 닭에서 기원한 것도 있겠지만, 폴리네시아 섬들에는 백인들이 닭을 가지고 들어오기 전부터 야생종 닭이 숲속에 살고 있었다는것이다. 이것은 놀라운 주장이 아닐수 없다. 

하지만 이 숲속의 "야생종"은 정말 야생종일까? 물론 동남아 일대가 사육닭의 기원지로 주목받고 있으니 만큼 닭이 동남아에서 퍼져나갈수 있었겠다.. 생각도 해보지만. 문제는 닭이라는 놈이 날지를 못한다는 것이다. 누군가 실험을 했다고 한다. 닭이 양자강을 자기 힘으로 건너 강북으로 이동했을까. 대답은 No. 단 한마리도 강을 건너지 못했다는 것이다. 강남에서 강북으로 이동한 닭은 아마도 야생닭이 넘어간것이 아니라, 사람이 데리고 이동했을 것이라는 것이 지금은 정설이 되어 있다. 닭이라는 녀석은 이처럼 지리적 확산에서는 젬병이다. 육지도 쉽게 이동을 못하는데 태평양을 날아서 건넜을리가 없다. 

그렇게 본다면 폴리네시아 각 섬에 살고 있다는 이른바 "야생닭"은 야생이 아닐 가능성이 크다. 아마 멀고 먼 옛날, 폴리네시안의 선조가 이 섬에 들어왔을 당시, 이들은 휴대하기 편하고 풍부한 단백질 공급원인 닭을 들고 여행을 시작했을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각 섬에 정착한 폴리네시안 마을에서 탈주한 닭이 나오기 시작하고 그들은 요즘 백인들이 들고들어간 닭이 탈주하여 야생으로 살아가듯이 숲속에서 야생종 red jungle fowl이 되었을 것이다. 

이제 여행이 다시 재개되어 하와이든 괌이든 사이판이든 휴식을 위해 가는 분들도 계실텐데 거기서 이 닭들을 숲속에서 보거든 한번 쯤은  먼 옛날 태평양을 건넌 용감한 닭들의 조상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시기 바란다. 

 

이 녀석은 백인이 들고 들어간 야생 닭인지 아니면 폴리네시안을 따라 들어간 놈의 후손인지 알 수 없지만, 아무튼 야생으로 살아간다. 하와이에 있는 야생닭인데 비슷한 야생닭은 폴리네시아 섬들 거의 전역에 가득하다. (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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