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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훈의 사람, 질병, 그리고 역사

고구려 천리장성은 이곳이 맞을까?

by 초야잠필 2022. 10.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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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에서 두 번 천리장성을 쌓았는데 고려의 천리장성은 위치에 있어 이의가 없는 것으로 안다. 여기 쓰는 글은 고구려 천리장성 이야기다.

고구려 천리장성이 실체가 뭐냐 하는 건 역사학계에서 오래된 떡밥으로 안다. 일단 장성이면 길게 연결된 성이 보여야 할 텐데 이것이 분명하지 않다.

그래서 최근에는 독립된 성을 연결한 것이라던가, 고려 천리장성 같이 그런 것은 아니었다는 주장도 나오는 것으로 안다.


지금 추정하는 천리장성 두개. 아래 파란 것은 고려시대 천리장성으로 별 이의가 없는 것으로 안다. 빨간색이 고구려 천리장성이라는 것인데, 일단 길이부터가 문제다. 이렇게 긴 장성을 과연 쌓았을까. 쌓았다면 그것은 도대체 어디에 있는 걸까. 위키 사진.



그런데 천리장성은 사실 문헌으로는 내가 알기로 아래 삼국사기 기록 딱 하나이다.



王動衆築長城 東北自扶餘城 東南至海千有餘里

문제는 부여성에서 동남쪽으로 바다까지 천여리라는것이다. 서남이 아니라 동남쪽이다. 간단히 해결할 방법은 저 동남은 서남의 오류라고 보는 것이다.

그리고 천리장성을 쌓은 시기가 631-647년 연간이므로 중국과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었을 때라, 이곳에 이런 식으로 성을 쌓았을 것으로 보는 것이 합리적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동남쪽으로 바다까지"라는 표현이 맘에 걸린다.

한데 흥미로운 이야기가 있다.

뜬금없는 이야기긴 한데 연변에는 "장성"이 있다. 전해 오는 이야기로는 "만리장성"이라고 부른다는 건데, 만리장성이 거기까지 있을 리도 없다.

이 성은 도대체 뭘까? 김현숙 선생이 쓴 논문 "연변지역의 장성을 통해 본 고구려의 동부여지배"라는 글을 보면, 아래와 같이 써 있다.




이 지역에는 육안상 장성으로 보이는 구조물이 여기저기서 보이는데, 총길이는 800여 리에 달할 가능성이 있다. 그리고 사실 전모가 다 조사된 것이 아니니 전체 모습은 아직 드러난 것이 아닌 셈이다.

이 논문에서 이 성은 4-5세기경 축조되었다고 보아서 아마도 그 시기에 동부여를 통제하기 위해 축조한 성으로 보고 있다.

소위 "연변 800리 장성" http://www.zoglo.net/blog/read/lianyou/82551/4783/240/0에서 가져왔다.


뭐 그냥 억측삼아 생각해 보자면, 나는 이 성이 고구려의 천리장성이고, 천리장성을 중국쪽 방어를 위해 지었다는 우리의 생각은 애초부터 착각이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다.

김현숙 선생 글에는 이 성의 축조연대를 4-5세기로 보았지만, 자세히 조사해 보면 사실 이보다 더 시기가 내려올 가능성도 있지 않을까? 

631-647년에 천리 장성을 쌓은 것이 중국쪽 방어를 위해서라는 것은 당시 국제정세를 고려한 전제인 셈인데, 사실 당시 고구려 동북지역이 어떠한 상황이었는지는 우리가 알 길이 없다. 이 시기에 동북쪽 정세도 불온했는지 아닌지 알길이 없다는 뜻이다. 

그리고 역시 삼국사기의 글. 동북지역으로 바다에 닿는다는 구절이 맘에 걸린다. 어쨌건 성의 주행 방향이 다른 것은 문제 아닌가?

보유) 고구려 천리장성을 쌓기 시작한 631년. 같은 해에 당나라 사신이 와서 경관을 허물었다. 이 시기는 고구려가 당에 대해 유화책을 펴던 시기로 과연 이 시기에 방어용 성을 천리나 축조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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