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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송나라 시승詩僧 혜숭惠崇이
하수는 산세에 나뉘어 끊어지고
봄은 불탄 자리에 들어 푸르네
河分岡勢斷
春入燒痕靑
라는 시구를 유난히 자부하였다. 혜숭의 사제師弟가 평소 표절을 일삼는 혜숭을 조롱하여 시를 짓기를
하수는 산세에 나뉘어 끊어진다는 것은 사공서의 시구이고
봄은 불탄 자리에 들어 푸르다는 것은 유장경의 시구로다
사형이 옛 시를 많이 범한 것이 아니라
고인의 언어가 사형과 유사할 뿐이라네.
河分岡勢司空曙
春入燒痕劉長卿
不是師兄多犯古
古人言語似師兄
라고 하였다.
*** 이상은 기호철 선생 페이스북 2019. 11. 24 글인데 옮겨온다.
사공서司空曙(720~790)는 당대 시인으로, 字를 문명文明 혹은 문초文初라 했다. 유장경劉長卿 역시 당나라 때 시인으로 생몰년을 모른다. 字는 문방文房이라 했다. 주된 활동시기는 현종玄宗 천보天宝 연간(742~756)이다.
내가 내친 김에 이 일을 찾아보니, 조금 다른 맥락이 있다.
본래 시를 쓴 혜숭惠崇(?~1017)은 지금의 복건성에 있던 건양建陽 사람으로, 문조文兆라든가 희주希晝 등과 더불어 당시에는 “구승九僧”이라 칭해졌으니, 이들 아홉 승려는 모두 시를 잘 지었다.
앞서 말하는 “河分崗勢斷,春入燒痕青”은 혜숭의 절창이라 해서 자못 당시 사람들이 격찬하고 일시에 외우며 전송하니, 문제는 이것이 곧 다른 시승들의 시기심을 샀다는 것이니, 문조文兆 역시 혜숭을 욕하기를 저 싯구는 사공서司空曙와 유장경劉長卿 시를 절취했으며 그의 창작이 아니라 했다고 한다.
송대 사람 문형文瑩의 《상산야록湘山野錄》 권중卷中에 이르기를
“宋九釋詩惟惠崇師絕出,嘗有‘河分崗勢斷,春入燒痕青’之句,傳誦都下,藉藉喧著。餘緇遂寂寥無聞,因忌之,乃厚誣其盜。閩僧文兆以詩嘲之,曰:‘河分崗勢司空曙,春入燒痕劉長卿。不是師兄偷古句,古人詩句犯師兄。’”
라 했다고 하니, 추리자면 아홉 승려 중에 혜숭이 가장 뛰어나, 일찍이 저 구절을 읊으니, 모든 사람이 그것을 다투어 외워 전하니 소문이 자자해 그것을 모르는 데가 없었다. 그런 까닭에 그를 시기하여 그가 도둑질을 했다고 모함하는 자들이 많아지니, 민땅 승려 문조 역시 시로써 그것을 조롱하기를 저와 같이 했다는 뜻이다.
이를 보면 저런 표절 공격이 부당하다는 의미인 듯하다. 흥미로운 문제라 덧붙여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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