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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회에 대한 필자의 오랜 의문 중에는 이런 게 있다.
한국처럼 20세기 이전 지지리 궁상 못 살던 나라 치고는 희안하게 신분제도가 완전히 박살이 난 상태에서 20세기를 맞았다는 것이다.
모든 사람이 다 족보가 있고 다 양반의 후손이라는 나라.
신기하지 않나?
한국보다 훨씬 풍요로운 전통시대를 거친 나라들도 20세기 넘어 21세기에도 전근대적 신분제도를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데가 많다.
이런 상황은 20세기 들어서 만들어진 것이 아니고 생각보다 연원이 꽤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
필자는 최근 구한말 검안 서류를 좀 보는데,
여기 보면 양반, 천민, 이런 것은 그냥 폼 잡는 정도지 서로 치고 받고 고소하고 할 것 다 하는 나라가 이미 되어 있더라 이거다.
생각해 보면 이렇다.
가짜 족보를 만든다 치자. 이 "양반"이라는 허울이 정말 공고한 신분제와 관련이 있는 사회라면 뻔히 아는 동네에서 뉘집 자손이 돈좀 있다고 가짜 족보 하나 샀다는 걸 놔두겠는가?
이건 그때쯤 되면 뉘집에서 양반 족보 하나 샀다는 건 다들 알아도 아무도 신경쓰지 않는 세상에 이미 접어 들기 시작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신분 해방은 생각보다 훨씬 광범위하게 진행되어 19세기를 경과하면서 양반 평민 천민이라는 건 그냥 폼잡는 용도 이상은 의미가 없는 단계로 진입했다가 그만 20세기 초반 나라가 망했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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