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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질병, 그리고 역사/노년의 연구

하재일기의 주인공이 20세기 기적의 조상

by 신동훈 識 2025. 11.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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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규식은 이런 도공들이 만든 도자기를 납품하는 일을 했다.

 

조선 말기 분원공소分院貢所 공인貢人인 지규식池圭植, 곧 하재일기荷齋日記의 작자이자 주인공은 

유심히 읽어보면 흥미로운 부분이 많다. 

먼저 확실한 생업이 있다. 

놀고 먹는 양반들 하고는 다르다. 

구워낸 도자기를 왕궁에 바치고 

남는 여분은 시장에도 팔았던 것 같다. 

요즘으로 치자면 정부 납품을 하는 도매업자였던 셈이다. 

그런데 장사만 한 것이 아니고, 배움에 대한 욕구도 커서 

한시도 짓고 과거도 틈만 나면 본다. 

 

하재일기



물론 그럴 때마다 떨어지지만. 

이 사람은 아마 호적을 떼보면 확실히 "유학"으로

여덟분 조상들이 전부 "학생"으로 되어 있었을 것임에 틀림없다. 

그런데 본인의 조상은 조선전기에 영달한 조상이 하나 있었다고 하는 정도의 

한미한 집으로 본인은 양반 출신이 아니라는 것을 확실히 알고 있었다. 

이 사람은 분명히 19세기 후반 조선을 가득 채운 "모칭유학"에 해당한다. 

이 하재일기 작자를 유심히 보자. 

이 양반이 바로 20세기 후반, 우골탑을 쌓으며 대학 졸업하고

맨바닥에 용광로와 조선소를 짓고 

해방 후 50년 만에 거지 국가에서 선진국으로 탈바꿈 시킨 사람들의 

정신적 조상격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경부고속도로 건설 현장



19세기 말, 구한말의 "모칭유학"들-. 

이들의 후손들이 20세기 후반에 무엇을 했는가 하면, 

고속도로를 뚫고 제철소를 만들고 자동차를 만들었다는 말이다. 

이들이 혁명을 일으키기 전에

조선이 일본에 망하는 바람에 그 타이밍을 놓쳤을 뿐

아마 50년만 조선이 더 지속되었다면 마지막 단계에는 

모칭 유학들이 양반의 나라를 타도하고 공화국을 성립시켰을 것이다. 

21세기 미국이 그들의 정신적 조상을 "Pilgrim Fathers"로 잡듯이

21세기 한국은 그 정신적 조상을

19세기 말의 "모칭유학"들에게서 찾아야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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