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일본-. 구체제 종식은 어떤 방식으로 다가왔는가.
1. 한국:
조선이라는 구체제 종식의 기점은 여러 가지를 들 수 있겠지만 필자는 동학군에 의해 관군이 패배하고 전자가 전주성에 입성한 시기를 구체제 종식으로 본다.
훈련되지 않은 농민군이 관군을 격파하고 정부가 외국에 반란 진압을 위한 원군을 요청한 시기야말로 구체제 종식이었다고 보는 것이다.
2. 일본:
구체제 종식은 여러 기점이 있겠다. 메이지유신으로 볼 수도 있을 테고, 보신전쟁 종식으로 막부가 해체되는 시점으로 볼 수도 있겠다.
필자는 막부의 죠슈정벌 실패를 구체제 종식 기점으로 본다.
죠슈는 막말 근왕양이의 선구로 막부한테 문자 그대로 박박 대들었는데 이를 응징하기 위해 막부는 정벌군을 편성하여 공격하였다가 패배한다.
막부가 일개 번을 상대로 전쟁을 벌여 패했다는 것은 막부가 해체기에 들어갔다는 의미이며 실제로 이후 막부는 죠슈원정 실패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이번에는 반대로 천황을 끼고 관군이 되어 나타난 죠슈-사쓰마 연합군에 보신전쟁에서도 패한다.
이 시기 죠슈정벌에는 아주 특이한 군대가 출현하는데 바로 "기병대"다.
기병대란 사무라이만으로 이루어진 부대가 아니다. 막부가 사무라이로 군대를 꾸려 쳐들어 온 반면 죠슈번은 농민들을 포함하여 군대를 꾸린다. 이 기병대가 큰 활약을 하여 막부가 죠슈정벌에 실패하는데 큰 공헌을 세운다.
농민이 주축이 된 군대가 막부군을 격퇴했다는 점에서 한국 동학군이 관군을 격퇴한 것과 비슷한 모양새는 나온다 할 수 있다.
이 점에서는 비슷하지만 일본의 경우 죠슈-사쓰마 등 당시 메이지유신 주역들은 막부 타도 후 자신들이 뭐를 해야 하는지 정확히 알고 있었다는 점을 평가할 수 있다.
이들은 막부 패배가 거의 확정되자 신정부가 수립되면 "도막은 하지만 양이는 안한다"라고 떠들고 다녔다고 한다.
쉽게 말해 막부는 타도해도 외국과 싸우지는 않겠다는 뜻이다.
이들이 막부를 공격한 명분은 동학군의 "척왜양이"처럼 "근왕양이"였다.
하지만 막부가 넘어간 후 이들은 자신들의 주장을 뒤집어 서구를 벤치마킹하기 위한 길에 매진한다.
이는 결코 우연이 아니라 당시 메이지유신 주역들이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정확히 알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할 수 있다.
기병대와 동학군의 차이. 그 차이가 결국 한국과 일본의 운명을 갈랐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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