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그것은 결국 서구가 어떤 모습의 사회로 변화해가고 있었는가 하는 정보와 앞으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하는 비전이었다.
전봉준과 동학혁명 주동자들 머리에는 그런 사실이 입력되어 있어야 했는데 이들이 믿어 의심치 않은 종교적 신념은 조선왕조를 넘어뜨릴 수는 있었을지 모르지만 이를 어디로 끌고 갈 것인지 이 비전으로서는 전혀 쓸모가 없었다.
이것은 조선후기 실학자들도 마찬가지이다.
뭔가 이대로 안 된다는 건 확실한데 가지고 있는 정보라는 것이 유교경전과 중국을 거쳐 들어와 무슨 소린지도 알 수 없는 태서의 정보 몇 조각이 전부였으니 내놓은 개혁안이라는 것이 정전법과 균전제를 뱅뱅 돌아 제자리에서 맴돈 것이다.
역사에는 가정이 없다지만 조선후기에 일본의 데지마 같은 것이 한국에 존재했다면 아마 한국사 역사 진로 자체가 달랐을 것이다.
전봉준과 조선후기의 "실학자"들에게 당시 세상 돌아가는 것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손에 쥐어 줬다면 그 후 어떻게 이들이 행동했을 것인지 점치기란 쉽지 않다.
한국인들은 식민지화가 결정된 그 순간에야 비로소 세계가 어떻게 변화해야 했는지 그 진로를 목격하게 되었는데 나라를 지키기에는 너무 늦었지만 이후 한국 지식인들은 그 정보를 탐욕스럽게 흡수했고 그 결과가 21세기의 한국이라고 할 수 있겠다.
반응형
'신동훈의 사람, 질병, 그리고 역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근하신년: 2022년 연구의 회고 (1) | 2023.01.01 |
---|---|
한국과 일본, 그 앙시앙 레짐은 어떻게 끝나는가 (0) | 2022.12.31 |
일본의 인문수준에 대한 생각 (0) | 2022.12.31 |
아래 포스팅 "발해의 특산품"을 보며 (0) | 2022.12.29 |
새로 읽는 책: 《文明としての江戸システム》 (0) | 2022.12.28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