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람, 질병, 그리고 역사/노년의 연구

한국 학문의 진보: 한발씩 차분히 전진해야

by 신동훈 識 2025. 7. 24.
반응형

필자도 연구경력이 이제 30년이 목전인데 

(필자 명의 연구실이 처음 개설된 때가 1999년이다)

이렇게 한 세대를 연구하고 마치는 마당이 되어 보니 감회가 없지 않다. 

그 중 느끼는 감회 중 꼭 하고 싶은 말은

우리나라는 근대적 학문의 전통이 매우 짧다는 점이다. 

우리는 과거제도를 천년동안 유지한 나라라 

학문, 하면 기본적으로 먹고 들어가는 것이 있다고들 대개 생각하는데

그것은 그렇지 않고 

소위 근대적 학문 전통은 길어봐야 일제시대, 

그리고 짧게 보면 1945년 이후라 

이런 말은 그렇지만 아프리카 국가들하고도 별로 다르지 않은 근대학문의 전통을 가진 나라다. 

지금 있는 연구실, 위로 소급해 올라가면 해방 이전까지 올라가지를 못한다. 

우리나라 해방 이전, 

대학에서 제대로 연구실을 가지고 연구를 하던 조선인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해방 이후 그 일본인 교수들은 거의 본국으로 돌아갔고 

해방 이전에는 연구경력이 거의 없던 조선인 대학 졸업자들이 대학교수 자리를 채웠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근대 학문 전통은 아프리카와 별로 다르지 않다. 

때문에 지금 필자 또래, 혹은 40, 50대 연구자들은 

뭔가 큰 거 하나 터뜨려서 노벨상 타겠다는 조급함을 버리고

겸허하게 기초부터 다진다는 생각을 하며 하나씩 하나씩 다져 나가야 한다. 

필자가 보기엔 20세기 이전, 중국과 일본의 경우에는 

근대학문의 맹아라 볼 만한 것들이 양국에는 배태되어 있었고 

그것이 빠른 속도로 20세기 들어 개화했는데 (중국은 좀 다르지만)

우리는 그렇지 않다. 

조선시대 식자들은 근대적 학문 언저리에도 가지 못한 사람들이 태반이고

뭔가 좀 달라 보였던 분들도 중국 고증학의 발치에서 맴돌다 나라가 망해서 끝났을 뿐이라 

우리의 근대학문의 전통은 지극히 얕고 짧다. 

오직 하나씩 다지고 나가는 끈기가 필요할 때이지 

어떻게 큰 거 하나 터뜨려 노벨상... 지금 우리나라는 그런 게 필요한 단계가 아니다. 

 

비엔나 자연사 박물관. 설립년도가 1750년이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