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고시간 | 2019-12-31 09:56
1면 길주목
문화재청이 보물지정을 예고한 ‘관북여지도關北輿地圖’는 조선시대 관북關北 지방인 함경도 지역 마을과 군사 요충지를 총 13면에 걸쳐 그린 지도집이다. 그 내용과 표현방식 등으로 보아 1738(영조 14년)~1753년(영조 31년) 사이에 제작되었을 것으로 본다.
관북關北이란 한반도 북동부 지역을 말하는 조선시대 용어로, 현재의 함경남북도를 일컫는다.
이 지도가 담은 지역을 쪽별로 보면 1면 길주목吉州牧, 2면 명천부明川府, 3면 경성부鏡城府, 4면 부녕부富寧府, 5면 무산부茂山府, 6면 회녕부會寧府, 7면 종성부鍾城府, 8면 은성부隱城府, 9면 경원부慶源府, 10면 경흥부慶興府, 11면 함관령咸關嶺, 12면 마운령磨雲嶺, 13면 마천령磨天嶺이다. 행정구역별인데, 유독 11면부터 13면까지는 고갯길을 다뤘으니, 이는 그만큼 이 지역이 군사상 중요했음을 의미한다.
5면 무산부
이번 보물지정은 2007~2008년에 실시한 ‘옛지도 일괄공모’ 후속 작업이다. 당시 각지에서 신청한 지도 중 35점이 보물이 되었으며, 이후 접수된 관북여지도가 이번에 새로 보물로 추가됐다.
관북여지도는 1719년(숙종 45년) 함경도병마절도사를 역임한 이삼李森(1677~1735)의 지시로 제작된 함경도 지도집의 계보를 잇는 작품으로 평가된다. 1712년(숙종 38년) 조선과 청나라 정계定界를 계기로 함경도 지역 방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시대 상황을 반영했다는 평가다.
13면 마천령
지역마다 한양을 기점으로 하는 거리, 호구수戶口數, 군사수軍士數, 역원驛院 등 관련 정보를 상세히 기록했다.
이삼李森(1677~1735)은 조선 후기 무관(武官)으로, 무인 가문 전통을 따라 무관의 길을 걸어 평안도병마절도사, 함경남도병마절도사 등을 역임했다. 장수로서의 기품을 간직한 당대 명장이자, 군사지략과 무예·군법·군제에 조예가 깊은 학자이면서 군선과 무기 제작에도 뛰어난 기술자였다고 평가된다.
이 지도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봉수烽燧 사이의 연락 관계를 실선으로 직접 표시한 대목. 이는 다른 함경도 지도뿐 아니라 기타 지방지도에서도 확인되지 않는 참신하고 새로운 방식이라고 평가된다. 아울러 봉수 간 거리를 수치로 제시해 이용자 편의를 극대화했다. 화사한 채색을 사용하고 회화적으로 그려 실제감을 살린 지형(地形), 강물 표현 등은 도화서圖畵署 화원 솜씨로 봐도 전혀 손색이 없을 정도로 수준이 높다고 한다.
또한, 현존하는 북방 군현지도郡縣地圖 중에서도 정밀도와 완성도가 뛰어나고 보존상태도 매우 좋다.
봉수간 거리 등을 상세하게 기록한 점, 봉화烽火의 신호법 등을 자세하게 표시했다는 점에서 조선시대 지도발달사를 잘 보여주고 있으며, 국내외 현존하는 약 8점의 관북여지도 중 가장 우수한 작품으로 꼽힌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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