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이 이야기도 기억하는 사람이 문화재청에도 없고, 문화체육관광부에도 없다.
그걸 기억할 만한 사람들은 이젠 모조리 현직에서는 사라졌기 때문이다.
물론 그렇다 해서 해양수산부로서도 불만이 없는가? 천만에. 해수부 쪽에서 적어도 저 업무, 곧 해양박물관과 관련해 문체부를 보는 시각은 싸늘하기 짝이 없다.
박물관 주무부처라는 이유로 사사건건 이런저런 규정 들이밀며 해수부가 추진하는 해양박물관 증설을 지체케 하거나 가로막는다 보기 때문이다.
무슨 타당성 심사니 사전평가니 해서 불만이 팽배하고, 그에 더불어 기존에 이미 들어선 부산 국립해양박물관 같은 데서는 3년마다인지 해야 하는 무슨 심사니 해서 돌아버린다는 아우성이 넘쳐난다.
각설하고 저게 도대체 무슨 말인가? 곧 왜 문체부 때문에 해양박물관 관련 사업이 해수부로 넘어가게 되었다는 것은 무슨 뜻인가?
뻘짓을 했기 때문이다. 그 뒤에는 국립중앙박물관이 있다.
사건은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출범 즈음으로 올라간다.
2009년 4월 6일 공식 발족한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는 전사前史가 있으니 1994년 지금의 해양연구소 같은 자리로 같은 목포에 문을 연 국립해양유물전시관이 직접 뿌리다.
문화재청 당초 계획은 이를 국립해양박물관으로 전환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는 결국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로 낙착하고 말았으니, 문체부에서 그리고 그 뒤에 숨은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박물관 업무는 우리가 주무 부처이고 주무 기관인데 너희가 하냐고 지랄지랄했다.
심지어 국립해양박물관이면 문체부서 그걸 뺏어가서 중앙박물관 산하에 둔다는 협박도 있었다.
그래서 할 수 없이 그걸 피하느라 박물관이 아닌 연구소 간판을 내건 것이다.
이건 내가 당시 그 준비단 위원이라서 너무 사정을 잘 안다.
이 비슷한 선례가 이미 그 전에 있었다. 다름 아닌 국립고궁박물관이었다.
이 박물관은 문화재청 직속 기관으로 2005년 8월 16일, 종래의 덕수궁유물전시관을 발전적으로 해체하면서 출범했는데, 이때도 문체부랑 중앙박물관이 같은 이유로 지랄지랄했다. 너희가 왜 박물관까지 하느냐였다.
문화재청으로서는 환장할 노릇이 문체부는 정부조직법상 직속 상급 기관이다.
문체부로서는 박물관이 어디에 있건 상관 없었다. 문화재청에 있건 중앙박물관 산하에 있건 상관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그리 받아들이는 사람은 없었다. 가뜩이나 문화재청이 야금야금 세력을 키워 나가면서 큰집을 위협하는 모습으로 변하는 것을 결코 용납할 수 없었고,
실제 이명박 정부 출범 즈음해서는 국립중앙박물관과 산하 지방박물관을 모조리 문화재청 산하로 옮긴다는 당선인 공약까지 나왔던 마당에 이런 과거를 너무나 잘 기억하고 있었다.
그래 뭐 그럴 수는 있다 치자. 20년 가까이 흐른 지금 꼬라지가 어찌 되었는지 보자 이거다.
문체부가, 그리고 그 뒤에 숨어 갖은 농간을 다 해 댄 국립중앙박물관 그 꼼수가 지금 어떻게 나타났는지를 보아야 한다.
결론은? 작은집이 해양박물관 하는 짓 못 보겠다 한 그 해양박물관이 완전히 주도권이 해수부로 넘어가고 말았다.
딴 데는 주어도 너는 못 주겠다는 심뽀가 결국 이런 처참한 결과를 빚고 말았다.
그 사이, 그러니깐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출범한 직후인 2012년 7월 9일, 해수부는 국립해양박물관을 들고 나왔다.
부산에 기지를 둔 해수부 산하 국립해양박물관이 출범한 것이다.
이제는 이름까지 선점된 마당에 해양박물관은 영영 문화재청도 아닌 해수부에 먹혀 버린 것이다.
그런 해수부가 가만 있을 리 있겠는가?
야금야금 박물관 업무를 치고 들어와 인천에다가도 국립해양박물관을 만들고 또 어디더라? 청주인가에는 거기가 바다가 없는 유일한 광역자지단체라는 희한한 논리를 내세워 국립해양과학관인지까지 만들겠다 공표한 마당이다.
다 뺐겨 버렸다.
심지어 갯벌이 세계유산에 등재되자 해수부에서는 아예 세계유산과를 만들겠다고 나섰다가, 이는 결국 같은 업무를 하는 조직이 문화재청에 있는데 그럴 수는 없다는 행자부인지 기재부 반대로 무산되기는 했지만,
어쩌다 이 꼴이 벌어졌는지 한 놈도 책임지는 놈이 없다.
'문화재와 함께한 나날들' 카테고리의 다른 글
[문화재와 함께한 나날들] (1) 정몽주가 죽다 살아난 봉래선 (0) | 2024.04.04 |
---|---|
리즈 시절의 임경희 (19) | 2024.03.23 |
[문화재와 함께한 나날들] (spinoff) 관심이 달랐던 두 실장 김성범과 정계옥 (1) | 2024.03.18 |
[문화재와 함께한 나날들] (34) 목간의 보고 함안 성산산성(1) (2) | 2024.03.18 |
[그때 그시절의 문화재 아사비판] 숭례문 기와가 공장제라는 난동 (2) | 2024.03.15 |
댓글